SBS 예능프로그램 '에코빌리지 즐거운가'(이하 '즐거운가')가 묘하게 겹쳐지는 여러 요소들로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 7일 방송된 '즐거운가'는 김장을 담그는 김병만, 이재룡, 송창의, 장동민, 걸스데이 민아, 비투비 민혁 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정성껏 만든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여 보쌈을 만들어 먹어 시청자의 군침을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아궁이에 장작을 태워 김장풀을 만들고, 무채를 썰고 김칫소를 만들어 배추양념을 하는 모습 등은 '즐거운가'의 집짓기의 피로를 잠시라도 잊게 도왔다.
이날 '즐거운가'의 이런 모습들은 앞서 tvN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얻었던 '삼시세끼'를 떠올리게 했다. 앞서 게스트로 출연했던 최지우는 '담그지우'로 변해 혼신의 힘을 다해 김장을 담궜고, 함께 김장 김치로 '한 끼'를 해결했다.

물론 아궁이에 장작을 손수 넣어 솥을 가열하거나, 갓 담은 김치로 함께 모여서 밥을 먹고, 모르는 요리 과정을 어머니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알아내거나, 요리에 대한 세부 설명을 자막이나 그래픽으로 곁들인 것만으로 단순히 '삼시세끼'가 떠올랐던 건 아니다.
김장 에피소드 이후도 이런 느낌은 지속됐다. 유세윤-유상무가 장동민의 초대로 이곳을 방문한 촬영 분량에서는 아궁이 뿐 아니라 축사에 머무는 (흑)염소, 닭 등의 가축이 등장했다. 이들 또한 '삼시세끼'에서 잭슨(암염소), 밍키(강아지), 마틸다 외 4마리(닭그룹)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주요한 스토리 축을 차지하는 동물과도 상당부분 일치했다.
또한 그저 '집들이'로 알고 머나먼 충남 태안군 파도리에 위치한 촬영장을 방문했다가 사실은 청소 작업에 투입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고 당혹해 한다는 설정, 그리고 이들을 '손님'이 아닌 '인부'로 정정하고, 자막을 통해 '청소 잔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도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풍경이다.

이는 '삼시세끼'에서 '연말 파티'로 알고 먼 강원도 정선을 찾았던 윤여정과 최화정이 '밥짓기' 노동에 투입되는 모습, 김광규-이승기 등이 게스트가 아닌 '노예'라는 단어로 익살스럽게 표현 됐던 점, 그리고 이들의 모습에 '노예 파티'라는 자막이 사용됐던 것과 유사하다.
물론 '즐거운가'의 경우에는 단순히 밥을 지어먹는 전원생활 외에도 집을 짓는 모습이 추가된 만큼 '삼시세끼'와의 차별점은 분명하다. 반면 '삼시세끼'는 인위적인 웃음 유발 하나 없이 이서진과 옥택연의 있는 그대로의 리얼함에서 제작진의 재치있는 편집이 웃음을 일궈내는 방식을 취하는 게 분명한 차이자 강점이다.
'즐거운가'가 향후 '삼시세끼'와 어떤 차별화된 웃음 포인트를 재차 생성할지, 또한 겨울편을 끝내고 잠시 멈춘 '삼시세끼'가 스핀오프 '삼시세끼-어촌편'으로 차승원-유해진-장근석의 섬마을 생활기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지,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두 무공해 예능 프로그램의 앞으로의 진화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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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