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봉조정 신청이 이제 3일 남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연봉조정 신청자는 없다.
한국프로야구는 매년 1월10일 오후 6시까지 연봉조정 신청을 받는다. 3년을 뛴 선수라면 누구든 연봉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연봉조정 신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마감일까지는 3일 남았지만 현실적으로 신청 선수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매년 겨울마다 연봉 협상은 구단들과 선수들의 가장 큰 고역이다. 물론 이미 지난 연말 모든 연봉 협상을 순조롭게 마친 NC의 경우처럼 무탈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특이 케이스로 봐야 한다. 성적이 좋은 팀이든 그렇지 않은 팀이든, 저마다 연봉 협상에는 진통이 따른다.

올해도 모팀의 베테랑 선수가 구단의 대폭적인 삭감액에 불만을 나타내며 스프링캠프 참가를 뒤로 미룰 각오까지 하고 있다. 만약 이 선수가 연봉 문제로 캠프에 제 때 참가하지 못하면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훈련을 따라가는 것도 늦을 수밖에 없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로 얼굴을 붉히고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대립하는 것보다는 연봉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겨울마다 연봉조정신청 뉴스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연봉조정신청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사문화돼 있다.
프로야구 연봉조정신청 제도는 출범할 때부터 도입됐다. 연봉조정신청이 들어오면 구단과 선수가 각자 주장하는 액수 중에서 KBO 조정위원회가 양자택일해야 한다. 절충안은 없다. 구단은 물론 선수들도 KBO에 연봉산출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만 하는데 제시하지 않는 쪽이 패하게 된다.
역대로 총 20번 연봉조정신청이 있었지만 선수가 승리한 것은 딱 한 번뿐이다. 지난 2002년 LG 유지현을 제외한 나머지 19번은 모두 선수가 졌다. 특히 2011년 이대호가 전년도 7관왕을 근거로 7억원을 요구하다 6억3000만원을 내세운 롯데에 패한 것이 마지막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대호는 "앞으로 후배들이 연봉조정신청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대로 되고 있다. 2012년 LG 이대형(kt)이 연봉조정신청을 했지만, 이를 철회하고 구단의 제시액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역대로 조정신청은 97건이 있었으나 조정위원회까지 가지 않고 철회한 게 무려 77건이나 된다.
여기에는 10일의 심의기간 영향이 크다. 10일까지 조정을 신청하고 20일에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데 이 사이 대부분 구단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연봉 계약을 매듭짓지 못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긴 나머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동의한 인물로 구성된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위원회와 달리 우리는 공정성이 떨어진다. 올해도 현실적으로 연봉조정신청자가 안 나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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