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김병지, 자신 아니라 후배들 위해 나아가는 700G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5.01.08 12: 59

"누군가가 나서서 길을 걸어가야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돼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 김병지(45, 전남 드래곤즈)라는 이름은 가볍지 않다. 온국민이 환호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 멤버라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병지는 그보다 더 힘든 K리그 최다 출전 기록(679경기)과 최고령 출전 기록(만 44세 7개월 14일)을 갖고 있는 'K리그의 철인(鐵人)'이다.
김병지는 '철인'이라는 수식어를 위해 선수 생활 내내 철저한 몸관리를 했다. 1992년 현대에서 데뷔해 올해로 프로 24년차를 맞은 김병지는 "몸관리만 잘한다고 된 것이 아니다. 경기력이 항상 첫째 문제였다. 부상도 있었고, 항상 경쟁자도 있었다. 정신적인 문제도 때로 있었다"며 "축구는 물론 인간사가 항상 그런법이다. 하지만 내가 프로라는 생각을 갖고 항상 철저하게 지켰다. 하루하루 노력한 것이 수십년이 됐다. 45년 인생에서 35년을 그렇게 살았다. 한 길만을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지가 개인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FC 서울 입단 시절부터 선수들로부터 "삼촌"이라는 호칭으로 불린 김병지는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가 돼 매 시즌 팀의 주장과는 또 다른 역할로 동료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삼촌이라 불린 것이 서울 시절부터다. 박주영(30)부터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밝힌 김병지는 "후배들을 이끌 때의 방향성은 항상 같다.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그런 다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잘 따라온다. 그럼 말이 필요 없다. '형들이 할테니 너희도 같이 하자'라는 것이 전남 베테랑들의 마음가짐이다. '우리가 한 발을 더 뛸테니 너희도 노력을 해보자'라는 생각 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700경기 도전도 같은 의미에서 하고 있다. 선배들이 먼저 도전한다면 후배들도 기록 달성을 위해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700경기까지 21경기를 남겨둔 김병지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기록이다. 그래야 K리그의 스토리가 생긴다. 누군가가 나서서 길을 걸어가야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돼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병지는 700경기에 대한 K리그의 인식이 좀 더 커지길 원하고 있다. 자신이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했을 때처럼 아무도 몰라준다면, 자신은 물론 후배들의 도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지는 "사실 최고령 출전 기록을 깼을 때 조금은 쌩뚱맞았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니 말이다"면서 "700경기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모른다면 똑같을 것이다. 많은 팬들의 환호성 같은 것이 있다면 감동이 더 클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스토리가 없는 역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있어야 K리그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하다. 월드컵이 사랑을 받기 때문에 선수들의 동경 대상이 되는 것이다"며 "만약 기록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누가 도전할까 모르겠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같은 곳에서 조금 더 기록에 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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