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과연 어떤 생각으로 쓴 장면일까. 부자들의 허례허식을 꼬집은 것일까.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에서 또 한번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임을 보여주는 초유의 신이 등장했다. 이른바 '물따귀'가 난무하는 수영장 난투극 장면다.
지난 7일 방송된 '압구정백야'에서는 조나단(김민수)과 백야(박하나)가 수영장에 놀러간 가운데, 이를 목격한 조나단 짝사랑녀 도미솔(강태경) 모녀의 횡포가 그려졌다. 도미솔 집안은 미강개발이란 재벌이다.

어디가 맹해 보이는 백치미 마마걸 도미솔은 엄마에게 '조나단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 없다"라며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때 커플의 모습을 목격했고 "쟤네들 사귀나봐"라며 울먹거렸다. 이에 미솔 엄마 황유라(원종례)는 다짜고짜 조나단과 백야에게 달려가 그들이 무슨 관계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진실을 알게 되자 "우리 딸이 얘(백야)보다 뭐가 못나서"라고 소리치며 백야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조나단은 말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황유라가 어른인 탓에 적극적으로 폭력을 막아내지 못했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여주인공이 불쌍해 눈물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도미솔이 잠수해서 백야의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뭔가 코믹해졌다. 백야는 순식간에 위에서는 엄마, 물 아래에서는 딸의 폭력에 시달리는데 분위기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장면이었다.
여기에 늦게 현장에 도착한 백야 친구 육선지(백옥담)가 물 속에 뛰어들며 집단 수중전이 됐다. 육선지는 도미솔을 꼬집고 때려 백야를 지키는 데 조나단보다 나았다. 도미솔의 엄마는 결국 물 속에서 실신하기에 이르렀다.
물따귀가 철썩철썩하고 니 머리 내 머리할 것 없이 머리끄덩이가 잡혔다. 그런데 웃음이 나는 것은, 혹시 임성한 작가가 일부러 이 모습을 통해 뭔가 풍자의 메시지를 담은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유는 있다. 황유라가 실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의 충직한 운전 기사는 한 달음에 수영장으로 달려들어왔다. 하지만 가까스로 눈을 뜬 황유라는 내복을 입고 헐레벌레 들어온 그를 보며 "내복이 뭐야 모냥 빠지게 차라리 빤스 바람으로 들어오지"라며 나름 위기인 그 순간마저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했다.
여기에 119까지 출동하자, 정작 실려간 사람은 황유라가 아닌 이마에 조그마한 상처가 난 도미솔이였다. 황유라에 따르면 '여드름 한 번을 안 났던' 소중한 딸의 얼굴, 정확히는 이마에 상처가 났다. 엄마는 딸의 얼굴이 흉지기라도 할까봐 안절 부절이다. 결국 건강 보다도 미용을 걱정한다는 소리다. 이마에 난 작은 상처로 119에 실려가다니. 이건 민폐를 넘어 코미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다.
꽤 긴 시간동안 그려진 이번 수영장 신을 통해 대체 작가는 뭘 말하려는 걸까. 적어도 작가라면 한 문장이라도 '그냥' 쓰는 법은 없을 것이다. 갑의 횡포가 화제인 요즘에 빗대어 보면 무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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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