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많은 배우들을 강제 재발견시킨 작품이다. 드라마 속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김대리 역 김대명을 시작으로 태인호, 최귀화, 전석호, 오민석 등 여러 실력파 배우들이 차례차례 발굴됐다.
한석율 역 변요한의 등장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만찢남'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던 그의 돋보이는 존재감은 (나중에야 알려진 사실이지만) 독립영화 시절부터 착실하게 다져진 그의 내공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미생'으로 한석율을, 그리고 변요한을 대중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 연극의 시작, 내성적인 성격 개조 프로젝트

86년생 서른살의 변요한. '미생'을 통해 남부럽지 않은 인지도를 거머쥐었지만, 대중에게 그 이름과 얼굴을 알린 시기가 결코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빠르면 10대 후반, 늦어도 입대 전 20대 초중반의 나이로 스타 반열에 올라선 이들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변요한은 아직 여유가 묻어난다.
"늦었어요? 아니요. 오히려 빠른 시기에 좋은 드라마를 만난 것 같아요. 드라마 '미생'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한석율, 그리고 변요한까지 사랑을 받게 됐죠. 주변에서도 '늦었다'고 하시는 데, 앞으로 배우로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간다고 생각하면 전혀 늦은 게 아니에요."
물론 연기를 접한 시기 자체가 늦었던 것은 아니다. 목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성극(성격에서 소재를 딴 종교극)을 시작한 게 중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자 첫 발을 내디뎠던 게 지금 변요한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성극이었어요. 대사가 '주님을 보았다. 주님을 만나뵈었던 말이오' 였죠. 어떤 감정을 느꼈다기보다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듬거리지 않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고 놀랐어요. 중학교 때 굉장히 내성적이었고, 말도 더듬었었거든요. 성격 개선 차원에서 시작했던 게, 지금 이렇게 됐죠."
◇ 섬유2팀 한석율, 그리고 배우 변요한
'미생'에 출연했던 이들이 실제 직장인을 떠올리게 만들만큼 너무도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탓일까. 유독 '미생'은 배역 이름과 배우 이름을 혼동하는 이들이 많았던 작품이다. 한석율 역의 변요한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해요. 전 작품에 들어가면서 제 이름을 알리겠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저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한석율이라는 인물로서요. 드라마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죠."
문제는 '미생'을, 그리고 이제는 섬유2팀의 신입사원 한석율을 벗어던지고 배우 변요한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매작품마다 배우들이 그러했듯 말이다. 특히 대중적으로 흥행했던 작품일수록, 캐릭터를 벗어내는 것은 더 큰 노력을 요한다.
"당연한 것 같아요. 한석율은 벗어야죠. 여러 작품을 찍어도 이름 하나 기억 안 나는 사람도 있는데, 전 한석율을 얻었잖아요. 이렇게 빠르게 대표작, 대표 캐릭터를 남기게 될 기회를 잡아 그저 감사해요. 이제 한석율을 벗어내는 건 제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죠."
◇ 아버지, 변요한의 진짜 인생 '롤모델'
변요한은 오랜 시간을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살았다. 그래서일까.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물론, 선배 연기자들을 대할 때마다 그 존경심을 한껏 드러내는 후배로도 잘 알려져있다. '미생' 현장에서도 이경영, 이성민, 손종학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보는 변요한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대단하신 선배님들이에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나이를 먹고, 계속 연기 인생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대단한 길을 걸어오신 분들이에요. 꼭 그런 선배가 돼야지 하는 걸 마음 속으로 외쳤던 것 같아요. 롤모델요? 한 분 한 분께 배우고 있어요. 아직 한창 배울 나이죠."

중학교 시절 변요한에게 연극을 권했다가, 예고 진학은 반대했다는 아버지. 유학 시절 '선물'이라면서 깜짝(?) 군입대를 선사했던 아버지. 좀 더 간절하게 배우를 원할 때까지 쉽게 'O.K'를 주지 않았던 변요한의 아버지는 그가 인생에서 가장 닮고 싶은 진짜 '롤모델'이었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요. 인간적으로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죠.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돼야 해요. 연기가 주가 된다면 배우 변요한은 행복할 수 있지만, 인간 변요한은 스톱 될 수 있어요. 인간적으로 성장하면서, 연기를 접목시키는 게 제 목표에요. 그래야 진짜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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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