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질이 많이 생긴 게 아니다. 모든 게 차질이다".
올 겨울 한화는 베테랑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했다. FA로 투수 배영수·송은범·권혁과 계약한 데 이어 다른 팀에서 방출된 투수 임경완, 내야수 권용관, 외야수 오윤도 데려왔다. 전력 보강의 차원이지만 김성근(73)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지나치게 너무 많이 모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투타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이다. 15일부터 일본 고치에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지만 출발을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투수 박정진·윤규진·이태양·유창식, 내야수 송광민, 외야수 이용규·최진행은 고치 대신 오키나와로 먼저 갔다.

이용규와 최진행은 각각 어깨·무릎 재활을 진행하고 있고, 송광민과 유창식은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다. 당장 연습보다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 박정진·윤규진·이태양은 조금 더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고치 대신 오키나와로 보냈다. 전체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건 아니지만, 아직 완전치 못한 상태라 핵심 전력들의 고치 본진 캠프 합류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성근 감독은 "아직 몸이 안 되어있으니까 안 데려간다고 했다. 고치 멤버에서 탈락시킨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몸이 제대로 되어야 고치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합류하라는 지시는 없다. 고치 캠프 시작부터 강훈련 및 실전을 준비하고 있어 몸 상태가 안 되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훈련 때부터 김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했다. 훈련을 시키지 않고 검진 및 재활에 신경을 썼다. 다만 지난해 시즌을 치르며 무리한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모습.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아픈 가운데 경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즌 초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한화로서는 주축 선수 7명이 캠프 시작을 함께 못하는 게 달갑지 않다. 한화는 삼성처럼 전력을 천천히 끌어올려도 될 만큼 여유 있는 팀이 아니다. 전력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김 감독은 "차질이 많이 생긴 게 아니라 모든 게 차질이다"고 표현하며 "지금 이런 상황을 보면 내가 왜 재활용을 고집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FA는 물론 방출선수들까지 데려와야 그나마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감독은 "권용관은 유격수, 임경완은 중간 투수로 쓴다. 오윤은 좌익수와 우익수 수비를 모두 볼 수 있다. 또 오른손 타자이니까 대타로도 용이하게 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외야에 물음표가 많은 상황에서 오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상 선수를 당겨 쓰며 초래한 후유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몸이 될 때까지는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시즌 초반 성적을 중요시하는 김 감독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선수들의 완벽한 몸 상태. 당초 구상이 흔들려 답답함이 크지만 급할수록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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