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이라곤 없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가 쫄깃한 전개와 알찬 웃음으로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순식간에 지나가게 만들었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킬미 힐미' 2회에서는 차도현(지성 분)과 오리진(황정음 분)이 선보이는 코믹한 사건들과 도현이 가진 또 다른 인격 페리 박의 등장이 전파를 탔다. 사뭇 진지해보일 수 있는 다중인격 이야기는 등장 인물들의 코믹한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트콤처럼 유쾌, 상큼하게 그려졌다.
앞서 첫 회에서는 세기와 리진의 첫 만남이 그려졌는데, 이날 방송에서는 두 사람이 선보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먼저 등장한 것은 한밤 추격전. 폭주족들을 때려 눕힌 세기가 리진에게 "놀자"며 보채자 리진이 택시를 타고 도망친 것. 갑자기 세기라는 '세기의 미친사람'에게 걸려버린 리진과 거칠지만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리진을 쫓는 세기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 뿐 아니었다.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두 사람의 '코믹 쇼'는 계속됐다. 이번엔 세기가 아니라 도현 때문이었다. 세기에서 도현으로 정신을 차리고나자 밤새 온갖 사건들을 저질렀던 리진은 까맣게 잊었다. 리진은 자신에게 구애하는 세기를 의식해 꽃단장을 마친 상황. 그러나 세기의 외모를 한 도현은 리진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에 리진은 "나 지금 까인 거냐"며 황당해했다.
리진과 가족들의 에피소드도 웃음 만발이었다. 리진의 아버지 오대오(박준규 분)은 피가 묻은 가죽 점퍼를 입고도 싱글벙글하는 긍정왕이었고, 독특한 성격을 가진 추리소설가인 오리온(박서준 분)과 리진의 대화도 유쾌발랄했다.
사실 하이라이트는 도현의 새로운 인격 페리박의 등장이었다. 리진을 구하기 위해 도현은 세기의 인격을 꺼내야했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안국(최원영 분)에게 "저를 한 대 때리"라고 부탁하는 것. "더 세게 때려달라"는 도현의 종용에 안국은 정말로 그를 세게 때려버렸다. 그렇게 도현의 또 다른 인격이 나오게 됐는데, 그는 기대하던 세기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페리박이었다. 페리박은 "으따 시방 나 때린 것이여?"라면서 "이런 느작없는 놈. 네가 나 때린 것이냐고. 그려. 나 페리박이여"라고 말했다. 이는 '킬미 힐미' 2회가 준비한 최고의 반전이었다.
'킬미 힐미'는 7중인격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로, 방송 전부터 기대만큼의 우려를 샀던 드라마다. 다중인격에 시달리는 남자와 정신과 의사인 여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유쾌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그러나 뚜껑을 연 '킬미 힐미'는 남다른 '병맛 코드'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도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빠른 전개로 시트콤 같은 이야기들을 배치, 배우들의 모자람 없는 코믹 연기와 버무려 기대 이상의 '킬미 힐미'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시청자들은 눈 돌릴 새도 없이 1시간을 10분처럼, '킬미 힐미'에 빠져들고 있다.
한편, '킬미 힐미'는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재벌 3세와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버라이어티한 로맨스를 그린 힐링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mewolong@osen.co.kr
'킬미 힐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