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오만전 베스트 일레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2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오만과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슈틸리케호에 '복병' 오만과 첫 경기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승리한다면 수월한 8강 진출이 가능하지만 만에 하나 패할 경우 8강행의 먹구름이 드리운다.

오만전 베스트 일레븐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에 힌트가 있다. 당시 전력의 핵심인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은 휴식 차원에서 빠졌다. 한국은 최전방의 이근호를 필두로 손흥민, 구자철, 조영철이 앞선을 꾸렸다. 중원은 박주호와 한국영이 형성했다. 포백 라인은 왼쪽부터 김진수, 장현수, 김주영, 김창수가 자리했고,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이 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칼을 빼들었다. 멤버를 대거 교체하며 전술을 바꿨다. 이근호, 구자철, 김진수, 김진현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빠지고 남태희, 한교원, 이명주, 김승규가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측면에 있던 조영철이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올라섰고, 손흥민, 남태희, 한교원이 뒤를 받쳤다. 중앙 미드필더 이명주는 본업인 레프트백으로 돌아간 박주호의 자리를 메웠다. 종료 20여 분을 앞두고는 조영철 대신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정협이 투입됐다.
전반과 후반은 전혀 다른 두 얼굴이었다. 전반엔 사우디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비진의 호흡 미스로 수 차례 실점 위기를 내줬다. 앞선에서도 공 점유를 오래하지 못하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개인 전술을 제외하곤 엇박자를 냈다. 하지만 후반은 180도 달랐다. 사우디가 전체적으로 엉덩이를 빼면서 한국이 파상 공세를 벌였다. 손흥민, 남태희, 한교원, 이정협 등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위력적이었다. 상대 골문을 쉴 새 없이 위협했다. 수비진도 전반에 비해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사우디와 후반전에 오만전 베스트 일레븐의 해답이 있다. "사우디와 전반은 지휘봉을 잡은 뒤 최악의 45분이었을 정도로 안좋았다. 후반 들어 많이 좋아졌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전반은 낙제점에 가까웠고, 후반은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때문에 오만전 최전방은 조영철이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킬러' 이근호는 사우디와 전반 45분 동안 부진했다. 교체 출격해 골을 넣었던 이정협은 아직 선발 출전하기엔 무리가 있다. 둘 모두 후반 교체 출격이 점쳐진다. 좌우 측면엔 손흥민과 이청용이 나올 것이 확실하다. 섀도우 스트라이커는 구자철 보단 남태희에게 무게가 쏠린다.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는 기성용이 확실하고, 남은 한 자리는 박주호와 한국영이 경합 중이다. 멀티 자원 박주호가 부진했던 김진수 대신 레프트백으로 나올지가 관건이다.
수비진도 소폭 변화가 예상된다. 사우디전을 무실점으로 마친 김주영-장현수 조합이 재차 신임을 받을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된다. 다만 곽태휘와 김영권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좌우 측면은 안갯속이다. 왼쪽의 김진수와 박주호, 오른쪽의 차두리와 김창수가 경쟁을 벌인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안았던 차두리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닌 게 변수다.
수문장 자리는 오리무중이다. 가장 예측이 힘든 포지션이다. 김진현, 김승규, 정성룡 중 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림이다. 다만 부상으로 훈련을 오롯이 소화하지 못했던 정성룡보단 사우디전서 선방쇼를 펼친 김진현과 김승규에게 무게가 실린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큰 키와 빌드업 능력을 보유한 김진현이 박빙 우세를 점하고 있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다섯 차례의 평가전서 가장 많은 3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경쟁 우위를 입증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도 8일 취재진과 만나 비슷한 뜻을 전했다. 그는 "사우디전 베스트 일레븐 중 8~9명의 선수들이 오만전에 그대로 나올 것 같다"면서도 "오른쪽 수비는 100% 몸 상태가 아닌 차두리와 김창수 중 누가 나올지 모르겠다. 최전방 공격수와 섀도우 스트라이커도 예측이 힘들다. 골키퍼 자리는 정말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도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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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