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승리가 잡히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팀 내에서 외국인 선수 다음으로 믿을 수 있는 공격수인 김요한(30)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
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는 지난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있었던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거의 매 세트 상대를 패배 위기에 몰아넣고도 1-3으로 패해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4위 현대캐피탈(승점 31점)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6위 LIG손해보험은 7승 14패, 승점 20점에 머물렀다.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첫 세트는 내줬지만 강한 서브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선 LIG손해보험은 2세트 OK저축은행을 몰아붙여 25-18로 손쉽게 승리했다. 하지만 3세트에는 반대로 송명근의 서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18-11부터 6점을 내리 헌납했다. 결국 3세트 역전패 충격을 극복하기 어려웠고, 4세트에서도 뒷심을 발휘하지 못해 승점은 1점도 보태지 못했다.

막판까지 접전으로 흐르며 승부가 갈린 3세트와 4세트, 양 팀의 국내 에이스인 송명근과 김요한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브 대행진’ 후 자신감이 살아난 송명근은 4세트 9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공격 성공률은 80%에 달했다. 반면 김요한은 3세트 3득점에 그쳐 존재감이 크지 않았고, 4세트에는 득점 없이 범실만 3개 있었다. 2세트 5득점에 디그에도 적극 가담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러한 김요한의 기복은 팀의 가장 큰 고민이다. LIG손해보험은 늘 상대를 괴롭히면서도 승점은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문용관 감독은 “김요한은 키가 정확히 202cm쯤 되고, 몸무게는 97kg 정도 나간다. 5세트까지 가거나 공격을 많이 하면 슬관절에 통증이 온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는 있지만 무릎에 통증이 있으니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김요한이 기복을 보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문 감독은 “그래서 이강원을 레프트로 써보려고 한다”는 말로 준비 중인 대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원스러운 해답이 되기엔 이르다. 김요한이 있는 환경에서 이따금씩 백업으로 나서는 것과 김요한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마음가짐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OK저축은행전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출전 시간이 짧았다. 이강원의 득점은 단 2점에 불과했다.
한국배구의 미래를 짊어질 전도유망한 거포라던 김요한도 어느덧 우리나이로 서른하나다. 결코 젊지만은 않다. 이미 이번 시즌에 대업을 노리기에는 형세가 너무도 기울었다. 정작 더 걱정해야 할 일은 이번 시즌 성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이 언젠가 김요한이 겪게 될 하향세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센터 정기혁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것도 LIG손해보험의 고민 중 하나다. 문 감독은 “정기혁은 햄스트링 바깥쪽이 10cm 이상 파열됐다. 재생될 시간이 필요하다. 잘못되면 시즌아웃 될 수도 있다”는 말로 정기혁의 몸 상태도 알렸다. 적어도 당분간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문 감독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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