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올해 제가 1군에서 쓸 선수들입니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6일 구단 시무식에서 투수와 야수를 가리지 않고 올해 실전 전력 약 40명 정도를 줄줄이 나열했다. 유망주가 아니라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스프링캠프의 목적. 그런데 그 가운데 신인 투수가 3명이나 포함돼 있던 점이 특이했다.
1차 우선 지명으로 구단 사상 최다 신인 계약금인 3억5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우완 최원태와, 2차 1라운드 신인 우완 김해수, 그리고 2라운드 신인 좌완 김택형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마무리 훈련 후부터 목동구장에 함께 나와 집중 관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선발 후보 11명에 최원태와 김해수를 넣었다. 당장 5선발 안에 들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꾸준히 선발 자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좌완 불펜으로 가용할 김택형 역시 "선발 수업을 시키면 불펜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울고 재학 때부터 초대어급이었던 최원태는 고등학교 때 최고 147km의 공을 던졌고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 제구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고 출신 김해수는 건장한 체격과 뛰어난 변화구를 겸비해 지난해 초대 최동원 선수상을 수상했다. 동산고를 나온 기대주 김택형은 넥센에 부족한 토종 좌완 투수다.
매일 나란히 복도를 오가며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훈련을 하는, 사이좋은 세 명의 투수는 모두 올해 목표도 똑같이 "1군에서 살아남아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다. 점차 고졸 신인 투수의 성공 케이스가 사라져 가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1년에 한 팀에서 3명의 신인 투수가 모두 1군 경험을 한다면 매우 드물고 가치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넥센에는 최근 많은 성공 사례가 있다. 3년 선배인 한현희는 입단 첫 해부터 필승조로 뛰었고 바로 1년 선배인 하영민은 입단하자마자 4월부터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2년 선배인 조상우는 2년차인 지난해 빛을 발했으나 염 감독에 의하면 1년차에도 "던지라면 던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세 명의 새내기에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례가 많은 곳이 넥센이다. 올 시즌을 미국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당차게 시작할 세 투수들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주목된다.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넥센 마운드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누가 기회를 잡을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무대라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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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김해수-김택형(사진 왼쪽부터). 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