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좋은 신인들을 많이 뽑아왔다. 이들에게는 올해가 기회가 될 것이다.”
LG 트윈스는 2003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긴 암흑기를 보냈고, 그만큼 드래프트에선 좋은 자원들을 꾸준히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육성 시스템이 없었다. 잦은 감독 교체로 인해 코칭스태프도 수시로 바뀌었다.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LG 암흑기의 주요원인은 마운드였다. 쟁쟁한 타자들은 많았지만, 투수진이 발목을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투수 영입에도 실패했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리그 하위권. 반복되는 대량실점과 함께 승리도 멀어졌다. 조급함에 시달렸고, 구위가 좋은 유망주 투수들은 혹사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반복됐다.

처음으로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됐던 2009년 8월. 2008시즌 최하위였던 LG는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사이드암투수 신정락을 선택했다. 프로에서 3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신정락은 2013시즌 선발투수로 도약해 9승을 올렸다.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고, LG는 투수력을 앞세워 마침내 가을잔치 티켓을 따냈다.
2014시즌에는 정찬헌이 올라섰다. 2008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서 LG의 지명을 받은 정찬헌은 프로 1년차부터 106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듬해인 2009시즌에는 76⅓이닝을 던졌는데 결국 탈이 났다. 2010년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곧바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4시즌 불펜에서 LG의 승리공식을 썼다. 막강 불펜진으로 인해 LG는 최하위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준플레이오프에선 3위 NC를 꺾으며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까지 맛봤다.
다가오는 2015시즌의 성공 조건도 지난 2년과 같다. 암흑기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젊은 투수의 도약이 필요하다. 특히 선발진이 그렇다. 지난해 11월 류제국과 우규민이 수술로 이탈,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는 외국인투수 하렐과 소사 밖에 없다. 이번 스프링캠프서 최대 3명의 선발투수를 발굴해야만 한다. 우규민은 시즌 개막에 맞춰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규민이 돌아온다고 해도, 두 자리가 공석이다.
후보군은 정해졌다. 선발투수 후보 대부분이 암흑기에 LG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다. 2004 드래프트 1차 지명 장진용·2010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이승현·2차 3라운드 유경국·2차 9라운드 김지용·2012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신동훈이 도전장을 던졌다. 넓게 보면 임정우도 포함시킬 수 있다. 2011 드래프트 2차 4라운드서 SK에 지명된 임정우는 2011시즌 후 조인성이 SK와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상선수로 LG에 왔다.
장진용 이승현 유경국 김지용 신동훈 임정우 6명 모두 1군에서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장진용은 상무시절 2년 연속 퓨처스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이승현 유경국 김지용은 2014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고치 마무리캠프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동훈은 입단 첫 해부터 2군 선발투수로 자리했고, 2014시즌에는 1군 경험도 쌓았다. 임정우는 2012시즌부터 1군에서 선발 등판했다. 2014시즌 불펜 등판시 평균자책점 1.56으로 이미 1군 투수로 올라섰다. 구위만 길게 유지할 수 있다면, 선발투수로 성공할 자질이 충분하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우리 팀이 하위권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좋은 신인들을 많이 뽑아왔다. 이들에게는 올해가 기회가 될 것이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군을 넓게 가져갈 것이다. 제국이가 규민이 모두 없다는 생각으로 선발투수 3명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LG는 앞으로 유망주 투수들의 시행착오도 최소화시킬 계획이다. 양상문 감독은 윤학길 코치를 투수 총괄 코치로 임명했다. 양 감독은 “우리 팀 투수들의 경우, 그동안 너무 많은 관심이 독이 됐다. 여러 코치들을 만나며 투구폼을 바꾸다가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이제부터 2군 이하 투수들은 윤학길 코치를 중심으로 스태프가 회의를 해서 의견을 합치고 지도한다. 모든 투수코치들의 의견을 하나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린 투수들이 한 목소리만 듣고 성장하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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