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뉴욕과 워싱턴DC 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1, 2편의 인기에도 더 이상 재활용할 아이템이 바닥난 걸까.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으로 무대를 옮긴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완결판 형식으로 이 시리즈를 닫는 휴먼 가족 영화다.
밤만 되면 밀랍 인형과 미니어처 모형, 전시물들이 일제히 살아난다는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프랜차이즈 영화의 좋은 예를 보여준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1편이 개봉된 2006년 12월, 한국에서 461만 명을 동원하며 빅 히트했다. 그러나 5년 뒤 이어진 2편(200만)은 관객이 반토막 나며 ‘역시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고, 3편 역시 전편 우려먹기에 그쳤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뉴욕 자연사박물관 야간 경비원 래리(벤 스틸러)는 위험에 빠진 전시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런던 대영박물관에 잠입한다. 미라로 잠들어있는 파라오를 깨워 저주가 깃든 고대 이집트 유물 황금석판의 비밀과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다. 황금석판은 전시물들을 밤마다 부활하게 해준 마법의 태블릿인데 언제부턴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이 과정에서 래리 부자와 친구들은 폼페이 화산 공격을 비롯해 대영박물관 전시물들의 텃세에 시달리며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소동에 휘말리게 된다. 험난한 어웨이 경기가 진행될수록 이들은 녹초가 되고, 사분오열될 위기를 맞지만 그때마다 래리의 기지와 리더십으로 사태가 하나둘 수습되기 시작한다.
원탁의 기사 랜슬롯 경이 살아나 미국 손님들을 위해 기사도를 발휘하고, 주인공들이 네덜란드 유명 판화가 에셔의 작품 ‘상대성’ 속에 들어가 트릭 아트 같은 추격전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그다지 신선하지도 무릎을 칠 만큼 기발하지도 않다. 그토록 바라던 황금석판의 마법을 회복하는 게 고작 달빛이었다는 사실도 드라마의 빈곤함을 느끼게 해줄 뿐이다.
영국과 미국의 문화와 발음 차이에서 오는 충돌과 코믹함이 영어권 나라에선 볼거리 외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가 되겠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따라 웃기 어렵다. 코미디언 부모를 둔 벤 스틸러는 극중 래리를 아빠로 생각하는 원시인 역까지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루즈벨트 대통령 밀랍 인형 역을 맡았다가 작년 8월 돌연사한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선 보기 드물게 숀 레비 감독 한 명이 전 편을 연출했다. 그는 ‘핑크 팬더’ ‘리얼 스틸’ 등 유머와 따뜻함이 담긴 영화를 주로 찍었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머리 9개 달린 뱀용과의 사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트랜스포머’에 이어 중국 개봉에 신경을 많이 쓴 눈치다. 전체 관람가로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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