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게요."
'피겨여왕' 김연아(25)가 오랜만에 은반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신고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수상자가 아닌 시상자로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김연아는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5(제69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시상자로서 후배들에게 꽃다발을 안겨줬다. 경기 내내 은반 밖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며 미소로, 때로는 박수로 후배들을 지켜본 김연아는 포디움에 선 스케이터들에게 가장 값진 부상을 선사한 셈이었다.

최근 근황을 묻는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김연아는 "요즘 쉬고 있다. 또, 선수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반에서 은퇴한 김연아는 "관객 입장에서 3일간 정말 재미있었고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종합선수권대회가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자신이 없는 은반을 찾아준 선수들과 팬들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지 않았다. 김연아는 "어린 선수들부터 큰 선수들까지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 앞으로 큰 선수들이 될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국제대회에서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가진 것 같아 기대가 된다"며 "앞으로도 선수들 커가는 모습 옆에서 잘 지켜보겠다"고 뿌듯한 기대를 전했다.
이날 김연아가 시상자로 목동을 찾는다는 소식은 많은 빙상팬들을 아이스링크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여전히 한국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되자 관객들은 난간 앞으로 몰려들어 김연아의 이름을 불렀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더이상 은반에서 볼 수 없는 '피겨여왕'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박소연(18, 신목고)이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 김연아' 선두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박소연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TES 61.54점 PCS 52.45점을 받아 113.99점으로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60.40점을 더해 총점 174.39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160.80점을 받은 최다빈(15, 강일중), 3위는 157.42점을 받은 안소현(14, 목일중)이 차지했다.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5위(152.86점)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남자부에서는 이준형(19, 수리고)이 209.90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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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