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나서는 슈틸리케호에 특별한 태극전사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2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오만과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다.
한국 축구엔 특별한 아시안컵이다. 지난 1956년과 1960년 1, 2회 대회서 2연패를 달성한 이후 55년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반세기 동안 비원으로 남았던 아시아 정상 탈환에 재차 도전장을 내민다.

의미는 또 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르는 첫 국제대회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중차대한 무대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2014 브라질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이번 대회는 잃어버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되찾아야 하는 무대다.
특별한 아시안컵에 더 특별한 태극전사들이 있다. 절친한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차두리(서울)가 주인공이다. 둘 모두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특별하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성용에겐 이번 대회가 열리는 호주는 익숙한 곳이다. 과거 존 폴 컬리지(John Paul Collage)서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며 훗날 유럽 무대에서의 성공 발판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존 폴 컬리지는 한국과 호주의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는 브리즈번에 있다.
기성용은 "어렸을 때 호주에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특별할 수도 있다. 환경적인 부분이 조금 더 익숙하다.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많이 변했지만 특별한 건 사실"이라며 "우승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이번 대회가 선수들에게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대회가 기성용에게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주장 완장의 무게감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심 끝에 이번 대회 캡틴으로 기성용을 낙점했다. 기성용은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태극마크를 달고 메이저대회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찬다.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책임감'이라고 얘기했다"면서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계속해서 대표팀에 대한 좋지 않은 모습들과 결과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 대회는 좋은 기회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 축구의 위상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첫 단추인 내일 경기가 부담스럽겠지만 승점 3을 꼭 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국가대표로서 고별 무대다. 대회가 끝나면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우승 욕심은 당연하다. 차두리는 지난 2004, 2011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2004년 중국 대회선 막내로 대회에 참가해 8강 탈락의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선 박지성, 이영표 등과 함께 대회에 나서 3위의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 나이로 36살인 차두리가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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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