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생존이다".
20년차 노장 유격수 권용관(39)이 한화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권용관은 지난 7일 한화와 연봉 7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친정팀 LG의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못해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지난해 11월말 '스승' 김성근 감독의 부름에 한화에 테스트를 받고 합격했다. 우리나이 마흔, 그는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오는 15일 고치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권용관은 "기분은 새로운 마음이다. 새로운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과정에 있어 잘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한화 선수들과 잘 융화돼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한화로 올 수 있었던 데에는 LG와 SK에서 함께 했던 김성근 감독의 부름이 결정적이었다. 김 감독은 "권용관이 생각보다 괜찮다. 정말 잘 데려왔구나 싶다. 유격수로 쓸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화는 현재 마땅한 주전 유격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강경학의 성장과 한상훈의 재활 여부에 따라 권용관의 중용 가능성이 크다.
권용관은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셔서 불러주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겐 마지막 생존이다. 선수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기회를 주신 만큼 잘해보고 싶다"며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는데 그만큼 잘해야 한다. 나태해지지 않겠다. 주전과 백업이란 자리에 관계없이 캠프에 가서 젊은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겠다"고 다짐했다.
마흔의 나이에 다른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그의 롱런하기 쉽지 않은 유격수. 이에 대해 권용관은 "40살이 아니라 30살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틀을 깨뜨리고 싶다. 마흔 살에도 얼마든지 유격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배들도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때 한 번 더 기회를 동등하게 받을 수 있다. 그 길을 닦아놓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든 LG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권용관은 아직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선수는 경기를 나가야 인정받는다. 선수라면 누구나 1군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 1군에서 뛰면 주전, 주전이 되면 스타, 스타가 되면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 한화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시기에 나도 보여줘야만 한다. 가정이 있는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것이 권용관의 솔직한 속내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불태우게 된 한화 팬들에게도 기쁨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타팀에서 지켜봤을 때 한화 팬들의 응원이 대단했다. 내가 와서 좋아졌다기보다 팀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팬들께서 눈물보다는 웃을 수 있도록, 다음날 희망이 있어 다시 또 야구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기쁨을 많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LG와 SK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을 이미 겪어본 권용관은 "훈련은 힘들지만 하다 보면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불혹의 유격수, 권용관의 재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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