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선발투수 발굴보다 힘든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LG 트윈스가 최경철을 백업할 신예포수를 만들기에 들어간다. 3일 휴식기 없이 144경기를 소화해야하는 만큼, 이제는 지난 2년처럼 포수 한 명에 의존할 수 없다. 지난 9일 김정민 배터리 코치로부터 2015시즌 포수진 운용 계획을 들었다.
일단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포수 명단은 확정됐다. 최경철 조윤준 유강남 김재성이 오는 16일 애리조나로 떠난다. 그런데 이들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목적은 조금씩 다르다. 김 코치는 네 명의 포수를 상황에 맞게 훈련시키려 한다. 2015시즌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는 포수진이 만들어 지기를 바라고 있다.
먼저 김 코치는 고졸신인 포수 김재성을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킨 이유부터 전했다. 아무리 1차 지명이지만, 고졸 포수가 1년차부터 1군에서 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 코치는 김재성에게 우선 프로야구 포수의 자세를 습득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포수 육성은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만큼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큰 포지션이기도 하다. 재성이가 1차 지명자라는 기대감보다는 재성이에게 프로가 어떤 곳인지 보여주려고 한다.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는지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전력분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포수는 프로에서 매 경기를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기초부터 새롭게 가르칠 것이다. 신인들은 프로에 들어올 때 의욕이 앞서곤 한다. 재성이 또한 이천에서 보니까 상당히 의욕적으로 움직이더라. 하지만 이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오퍼페이스하고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부상당하지 않게 페이스를 조절시키며 지도하겠다.”
이어 김 코치는 유난히 긴 시즌을 앞둔 만큼, 30경기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두 번째 포수가 필수라고 했다. 쉽게 말해 2014시즌처럼 최경철 홀로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스프링캠프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번째 포수를 어떻게 준비시키느냐다. 작년에 경철이가 117경기를 뛰었다. 그만큼 경철이를 도울 백업포수가 없었다. 홀로 마스크를 쓰다 보니 7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타율도 급격히 떨어졌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2015시즌에는 경철이가 일주일에 이틀은 쉬게 해줘야 한다. 일요일 경기서 풀로 뛰어줄 포수만 만들어도 이게 가능하다. 두 번째 포수가 30경기에서 40경기, 300이닝에서 400이닝만 맡아줘도 경철이가 시즌 내내 제 실력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2015시즌 LG 포수진의 운명이 조윤준과 유강남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둘 다 부상 속에서 절실함을 키웠고, 마무리캠프부터 겨울 내내 성공하고자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윤준이와 강남이 모두 고치 마무리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윤준이는 무릎을 다치고 재활하면서 야구장이 많이 그리웠던 것 같다. 무릎이 다 나은 후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캠프가 끝나고 나서도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며 몸을 유지하더라. 강남이도 상무에선 팔꿈치가 아팠는데 지금은 좋아졌다. 마무리캠프에서 체력과 기술 부분을 보완했고, 캠프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무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와 1군 경기들을 꾸준히 지켜보며 자신의 길을 찾은 것 같았다. 지난 2년이 강남이가 내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시간이 된 듯하다.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져 있었다.”
김 코치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조윤준과 유강남이 충분히 1군 경기를 버틸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기술과 정신력을 두루 향상시켜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스스로 극복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경험이 없다보니 긴박한 상황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다. 어려운 타자를 피해야하는 경우, 어떻게 다음 타자와 맞이하고, 다음 타자는 어떻게 잡는 게 효과적인지 자료를 통해서 가르칠 것이다. 정신력 향상을 위해 스프링캠프 때 보여줄 자료들을 이미 준비해뒀다. 기술 역시 중요하다. 포구 블로킹 송구부터 제대로 갖춰져야 정신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언제나 자신 있게 위기를 풀어가도록 만들어보겠다.”
덧붙여 김 코치는 지난해 최경철이 프로 입단 11년 만에 주전포수로 도약한 모습을 회상했다. 지난해 5월 13일 LG 사령탑이 된 양상문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김 코치를 1군으로 올렸다. 이후 최경철을 10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폭발, LG가 기적을 연출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체력 한계와 마주하며 타석에선 기복이 있었으나. 포수 역할만 놓고 보면 만점에 가까웠다.
“내가 1군에 올라올 시기에는 팀이 굉장히 힘들었고, 그만큼 경철이도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하나에 움츠려들면서 경철이의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경철이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경철이는 여러 부분에서 리그 상위권 포수에 들어갈 만한 기량을 갖췄다. 2루 송구도 좋고, 타자 수읽기와 같은 운용 부분도 A급이다. 어린 포수들보다 훨씬 민첩해서 블로킹에도 능하다. 자신감을 갖고 하나씩 통하다 보니까 경철이의 진짜 실력이 나왔다. 무엇보다 양상문 감독님이 경철이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 보약까지 직접 챙겨주시면서 경철이가 정신적으로도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셨다.”
김 코치는 최경철이 2015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체력 부담만 덜 수 있다면 보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경철이가 일찍이 2015시즌을 준비하더라. 12월부터 포수로 뛸 수 있는 몸을 이미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2014시즌 무리한 만큼,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경철이는 우리팀 투수와 야수 모두에게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포수가 신뢰 받으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더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김 코치는 2014시즌 최경철처럼, 2013시즌 홀로 포수진을 책임졌던 윤요섭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비록 윤요섭이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경험이 있는 포수인 만큼, 시즌 중에는 언제든 1군에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요섭이가 지난해 팔꿈치와 어깨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요섭이는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어느 환경에서든 최선을 다한다. 겨울 동안 이천에서 스스로 준비를 잘 했다. 열의를 느꼈다. 시즌 중 포수진의 상태에 따라 요섭이를 콜업할 계획이다. 어린 포수들이 경철이를 백업하지 못하면 요섭이에게 그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