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외국인 퍼즐 하나가 아직도 미정이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인내심을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야수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동향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는 아직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무리 짓지 못한 팀이다. 투수 쪽은 일찌감치 계약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1경기에서 9승을 올린 트래비스 밴와트와 재계약했고 유망주 출신인 메릴 켈리를 영입해 저비용 고효율을 꾀했다. 하지만 아직 야수는 소식이 없다. 몇몇 선수들을 점찍었으나 타 팀으로 떠났고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등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다.
이에 SK는 아예 꼬인 실타래를 스스로 풀어버렸다. 시간을 갖고 야수를 찾아보기로 했다. MLB 40인 로스터에서 정리되는 선수, 혹은 스프링캠프 때 탈락하는 선수들까지 모두 기다려볼 수 있다는 계획이다. 특정 포지션을 정해두지도 않았다. 김용희 감독은 “2루수를 뽑는다면 수비와 주력도 좋은 선수, 그리고 외야수를 뽑는다면 파워가 있는 우타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SK의 이런 느긋한(?) 태도는 지난해 후반기 발견한 국내 타자들의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 SK는 지난해 후반기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 타자 없이도 선전한 타선이 있었다. 야수 자원은 비교적 풍족해 ‘급할 것이 없다’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용희 감독도 “상대적으로 야수들의 자원이 많은 것은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면서도 든든한 팀 야수층이 여유를 제공하고 있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기존 야수들은 끝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야수는 “내가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가 어디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경쟁률이 달라지는 만큼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이는 은근히 화두가 되고 있다. 외국인 야수를 벤치에 앉혀두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적인 여건이다. 외국인 야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은 힘겨운 과정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외국인 야수가 2루에 들어온다면 유격수 포지션이 일대 혼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루는 박정권, 3루는 최정이 든든하게 버티는 상황에서 현재 2루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나주환 이대수 박계현 김연훈은 모두 유격수도 볼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격수 포지션에는 김성현 박진만이 버티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밀리면 1군 엔트리 등록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코너 외야수로 선발된다면 외야도 북적인다. 김 감독은 주전 경쟁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김강민이 중견수, 이명기가 좌익수라는 기본적인 구상은 가지고 있다. 가장 불확실한 포지션이 우익수인데 외국인 야수가 우익수로 선발된다면 조동화 임훈 박재상 안치용 김재현 등 기존 야수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될 SK의 스프링캠프에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릴 것이 확실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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