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지역(?)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 경쟁자들은 바싹 긴장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9일 오후 첫 방송된 KBS 2TV '스파이'(극본 한상운, 이강 연출 박현석)가 예상을 뛰어넘는 만듦새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50분씩 약 100분 동안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었고, 유명 원작의 기운을 받은 듯 ‘미드’(미국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완성도 높은 연출과 흥미로운 내용 전개가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스파이’는 감성적인 가족드라마와 스릴감 넘치는 첩보물을 혼합한 형태의 ‘가족첩보드라마’. 전직 남침 간첩이자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인 어머니가 국정원 소속인 아들을 포섭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임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 드라마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것은 유명한 원작 덕이다. ‘스파이’는 영국 가디언지에 '2014년 당신이 놓치면 안 되는 세계 드라마 6편'에 선정되는 등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이스라엘 드라마 '마이스(MICE)'를 원작으로 한다. ‘마이스’는 미국 NBC 방송국에서도 ‘얼리전스(Allegiance)’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리메이크돼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검증된 명작.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 했다고 해서 모든 리메이크 작이 성공 궤도를 걷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일로를 걷는 경우가 많지만, ‘스파이’의 경우에는 한국판 작품만 보더라도 완성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용상 다소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한 KBS 작품이란 점에서 ‘스파이’는 큰 기대를 하기에 우려되는 점들이 있었다. 간첩이라는 소재는 한국에서 곰국 우려먹듯 사용되고 또 사용된 고리타분한 소재. 또 이미 ‘아이리스’라는 유명 드라마를 탄생시켰던 KBS이기에 혹 배우만 바꾼 비슷한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스파이’는 ‘아이리스’와 또 달랐다. 인물들에게 비밀을 심어놓아 앞으로 벌어질 반전들이 끊임없이 암시됐고, 이를 연출하는 방식도 세련됐다. 또 훨씬 속도감 높은 전개가 박진감과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2015년에 어울릴만한 형식으로의 바람직한 진화를 이뤘다.
근래 금요일 저녁시간대 화제성의 면에서 시청자들을 꽉 잡고 있는 채널은 tvN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생’은 모두 금토드라마. 이 금토드라마가 끝나면 종종 나영석PD의 히트작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등의 예능프로그램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tvN의 텃밭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금요일, KBS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기존 40-50대 시청자들과 케이블 및 종편 등으로 이탈하는 20-30대 시청자들을 동시에 잡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첫회가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과연 ‘스파이’가 편성을 바꾸면서까지 둔 강수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스파이’에서는 황기철(유오성 분)의 협박에 못 이겨 그의 지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박혜림(배종옥 분)과, 황기철을 추적하는 국정원 요원 아들 김선우(김재중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스파이’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연속 2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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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