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록밴드 멤버와 생활력 강한 불법체류자의 사랑.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모던파머'에 등장한 독특한 러브라인이다. 단속반에 쫓기던 화란(한주현)을 기준(곽동연)이 우연히 도와주면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는다. 늘 큰 소리를 치는 기준이지만, 담력과 체력은 화란에게 이길 수 없다. 기준과 화란은 '모던파머'에서 가장 귀여운 커플이었다.
다혈질의 록밴드 멤버 기준을 배우 곽동연이 연기했다. 1997년생인 곽동연은 실제론 고등학생이었지만, 20대 중반 기준을 연기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울며겨자먹기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에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을 담아냈고, 한주현과의 호흡을 통해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줬다. '아역배우'란 수식어를 부여하기 미안한 이유이기도 했다.
때아닌 한파와 폭설에 시달리며 막판 촬영을 했다는 곽동연은 "굉장히 시원하다"고 종영소감을 밝혔다. 한여름에 시작해 한겨울에 끝난 촬영이었다. 후반부 배추밭 촬영은 전남 해남에서 했다. 드라마 전개에 맞춰 12월에도 배추가 심어져 있을 만한 곳을 섭외했다. "그런데 10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밭이 눈에 뒤덮히는 바람에 대본을 바꿨다. 모두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세 연상인 한주현과의 러브라인도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면 항상 역동적인 장면이 나왔다. 시장통에서 달리고, 지붕에서 떨어지고, 밭에서 굴렀다. 촬영 중 한주현이 소품으로 사용된 뱀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곽동연은 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 한주현의 모습을 보며 '연기에 올인하는 사람'이란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믿음직스러운 상대역이었다.
"(한)주현 누나가 키스신을 두고 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같은 배우 대 배우로 극중 한 장면인 거잖아요. 완전히 멜로도 아니고, 코믹한 키스신이고요. 비료 포대에 깔려 동침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 비료 포대였거든요. 그게 누나 얼굴에 떨어지는 일도 있었어요. 여배우라 예민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어요. 서로 조심하려고 해도 까지고, 멍들고 그랬죠."

자잘한 사건사고가 많았던 만큼, '모던파머'는 특이한 드라마였다. 시트콤적인 연출, 과장된 연기와 리액션 등이 웃음을 안겼다. 실제로 사슴에게 맞고, 논두렁에서 넘어지는 등 그런 장면들이 나오기까지 많은 고생이 있었지만, 촬영은 즐거웠다. 해 본 적 없는 연기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병옥, 박영수, 서동원 등과 함께 호흡하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농사 짓는 법도 배웠어요. 할 줄 알아야 연기를 하니까요.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직접 비료도 뿌리고, 모종도 냈어요. 모종은 스태프가 절반, 우리가 절반을 했죠. 밭을 일구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반찬 투정하지 말고 음식 남기지 말자를 몸으로 느꼈죠."
이처럼 공들여 만든 작품이었지만 아쉽게도 시청률은 저조했다.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 2012) '감격시대'(2014) 등 출연작이 대체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곽동연은 담담했다.
"시청률을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첫 작품인 '넝굴달'이 시청률 40%를 넘었어요. 오히려 감흥이 없더라고요. 굳이 연연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시청률을 떠나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보는 분들이 즐거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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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