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란 수식어가 미안한 청소년 배우들이 있다. 1997년생 곽동연도 그중 하나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모던파머'에선 20대 중반 록밴드 멤버 한기준 역을 맡았다. 실제 나이와 큰 차이가 있음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청춘의 혈기왕성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방황, 조금씩 사랑에 빠져드는 남자 등 다양한 면모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곽동연은 아직 10대이지만,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이 강점이다. 데뷔작인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선 엉뚱하고 귀여운 고등학생이었다면, KBS 2TV '감격시대'에선 매서운 눈빛과 다부진 주먹의 파이터였다. '모던파머'와 같은 현대극은 물론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처럼 사극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덕분에 KBS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살아온 환경이 다른 아역배우들과 다르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중학생이던 5년 전 대전에 있는 가족들을 떠나 서울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그다. 지난해 2월엔 모친상을 당했다. 그는 "어린 나이이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성숙함은 평소 생활태도에서도 느껴졌다. 작품을 할 때 외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란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종종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정중히 거절한다고 했다. "내 자신이 도취될까봐 무섭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래 아역배우인 지우, 서영주, 강민하 등을 제외하곤 배우 친구도 거의 없다고 했다.
곽동연은 합기도 선수 출신으로 현 소속사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오디션에 응했다. 그렇게 2년 동안 집과 학교, 연습실만 오갔다. 연습생 생활이 싫을 때도 있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시기였다. 노래보다 연기가 좋은 이유는 연습실을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옥정' 이후 연기에 대해 진지해졌다. 당시 감독님이 아역배우들을 미리 불러 연기 연습을 시켰는데, 승부욕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 생활은 어떨까. 그는 "오랜만에 학교를 갔더니, 친구들이 교과서 100페이지를 펴더라. 내 교과서는 36페이지에 멈춰 있었다"고 웃었다. 공부는 진작에 포기했다고 하면서도 "연기에 꼭 필요한 영어나 국어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연출도 공부한다는 그는 "공부는 계속 하고 있지만, 꼭 학교 공부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어떻게 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현장에서, 또 연기 선생님님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거든요. 두 곳에서 이미 배울 게 산더미예요. 그런데 대학교에선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하기도 해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애어른' 같은 면도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유난히 신났다. 활기차면서 당당했다. 그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당연히 꿈이 있어서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한방 맞은 것 같았어요. 또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친구가 있고요. 전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고, 그걸 향해 나가고 있잖아요. 정말 운이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작품이 없다는 그는 올해 목표를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연기하기'로 잡았다.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보며 악역을 꿈꿨다는 곽동연. 그야말로 반짝이는 낭랑 1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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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