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이자 ‘베테랑’ 알리 알 합시(34, 위건)의 클래스는 빛났다. 그래도 ‘오만 쇼크’의 재연은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캔버라 스티다움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오만과 경기서 조영철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은 오만은 조별리그 첫 제물로 손꼽혔다. 하지만 55년 만의 우승을 꿈꾸는 한국으로서는 단 한 경기도 방심해서는 안 될 상황. 특히 2003년 ‘오만 쇼크’의 주역 중 한 명이자 ‘아시안컵의 주목할 만한 선수 5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베테랑 골키퍼 알 합시가 버티고 있는 오만의 골문은 만만치 않은 견고함을 자랑했다.

전반 초반 스리백을 가동하며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오만을 상대로 한국은 꾸준히 슈팅을 쏟아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3, 레버쿠젠)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 나서지 않았던 ‘쌍용’ 기성용(26, 스완지 시티) 이청용(27, 볼튼)이 가세한 한국은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높여가며 오만의 골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 전반 44분부터 추가시간까지 몇 번에 걸친 기회가 연이어 알 합시의 손에 가로막혔다. 전반 44분 드로인 상황에서 공을 걷어내려던 압둘 살람의 헤딩이 오만의 골문 안으로 흐를 뻔한 위기를 구한 이도, 손흥민의 직접 프리킥을 정확한 판단으로 쳐낸 이도 알 합시였다.
알 합시는 전반 추가시간 구자철의 때린 슈팅까지 쳐내며 오만의 전반전 무실점을 책임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끈기는 기어코 알 합시의 끈기를 무너뜨렸다. 흘러나온 구자철의 슈팅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조영철이 공을 밀어 넣으며 결국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
이 골 하나로 한국은 오만의 기선을 제압하고 알 합시의 철벽을 무너뜨렸다. 알 합시는 후반 12분에도 구자철의 헤딩 슈팅을 펀칭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지만, 그의 활약에도 오만 공격진은 한국을 뚫지 못했다.
결국 ‘오만의 자존심’ 알 합시를 넘어 무득점 0-0의 균형을 깬 조영철의 골은 오만 쇼크의 재연을 막은 소중한 득점이자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으로 향하는 첫 단추를 끼운 득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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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