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조영철, 슈틸리케호 구조대가 떴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11 05: 25

'슈틸리케호 구조대' 구자철(마인츠)과 조영철(카타르SC)이 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캔버라 스티다움서 열린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서 전반 추가시간 조영철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귀중한 첫 승이다. 이날 승점 3을 추가한 한국은 호주에 골득실 뒤진 2위에 자리하며 8강행의 순탄한 길을 열었다. 오는 13일 쿠웨이트, 17일 호주와 조별리그 2, 3차전을 앞두고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게 됐다.

'구조 듀오' 구자철과 조영철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신을 지켰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당초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전서 부진했던 구자철이 빠지고 후반 맹활약했던 남태희가 선발 출전할 것으로 관측됐다. 최전방 자리는 조영철과 이근호의 예측할 수 없는 2파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가짜공격수 조영철과 섀도우 스트라이커 구자철을 선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전반까진 실패로 끝나는 듯했다. 구자철은 전반 6분 유효 슈팅으로 연결된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조영철도 동료들과 엇박자를 내며 오만의 파이브백에 철저히 막혔다. 하지만 단 한 번 슈틸리케호 구조대의 번뜩임이 오만의 밀집 수비를 깨트렸다.
전반 추가시간 이청용의 패스를 받은 구자철이 아크 서클 근처에서 중거리 슈팅을 때린 게 시작이었다.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슈팅이 물기를 잔뜩 머금은 잔디 앞에서 빠르게 바운드 돼 이전까지 선방쇼를 펼치던 알리 알 합시도 가까스로 쳐내는 데 급급했다. 조영철이 낚아챘다.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며 기어코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한국의 선제골이자 천금 결승골. 구자철의 중거리 슈팅과 조영철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본인의 A매치 데뷔골이자 한국의 아시안컵 첫 골의 주인공이 된 조영철은 "자철이 형과 같은 방을 쓰고 있어 얘기를 많이 한다. 서로 평소에 하던 것처럼 말을 많이 하면서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얘기했다"면서 "자철이 형이 슈팅한 순간 골이라 생각했었지만 비가 와서 골키퍼가 쳐낼 경우 쇄도하면 좋은 공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결승골의 비결을 밝혔다.
한국은 이날 선제골 전까지 오만의 선수비 후역습 전략에 적잖이 고전했다. 기성용의 롱패스 외엔 좀체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도리어 오만의 날 선 역습에 몇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내주며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위기의 순간 구자철과 조용철이 해결사로 나섰고, 슈틸리케호를 구조했다.
4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국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서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지며 고민에 빠졌다. 우려는 기우였다. 구자철과 지동원이 9골을 합작하며 '지구특공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특히 구자철은 5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의 3위에 크게 공헌했다.
슈틸리케호도 다르지 않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역대 대회를 통틀어 최전방 공격진의 무게감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자철과 조영철이 세간의 저평가를 보란 듯이 잠재웠다.
구자철과 조영철이 '슈틸리케호의 구조대'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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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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