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믿음에 이를 악문 구자철(마인츠)이 응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캔버라 스티다움서 열린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서 전반 추가시간 조영철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귀중한 첫 승이다. 이날 승점 3을 추가한 한국은 호주에 골득실 뒤진 2위에 자리하며 8강행의 순탄한 길을 열었다. 오는 13일 쿠웨이트, 17일 호주와 조별리그 2, 3차전을 앞두고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게 됐다.

수장의 변함없는 신뢰에 구자철이 남다른 결과물로 보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남태희 대신 구자철을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선택했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서 활약했던 남태희를 빼고 부진했던 구자철 카드를 재차 꺼내든 것이다.
수장의 믿음을 등에 업은 구자철이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태극전사 중 가장 많은 3개의 유효 슈팅 3개를 때렸고, 35개의 패스를 시도해 88%의 준수한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전반 추가시간엔 선제 결승골에 결정적인 기여도 했다.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아크서클 근처에서 골문 구석을 향하는 유효 슈팅을 날렸다. 상대 골키퍼 알리 알 합시가 가까스로 쳐냈지만 문전으로 쇄도하던 조영철이 밀어넣으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풀타임 활약한 구자철은 한국-오만전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며 활약을 인정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구자철은 최근에 국내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의 재능과 능력을 신뢰한다. 훈련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 믿었다"면서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것을 봐도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구자철은 사우디전이 끝난 뒤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이근호의 뒤에서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뛰었지만 전 대회 아시안컵 득점왕의 위용을 뽐내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사우디와 전반은 부임 이후 최악의 45분이었다"고 혹평했을 정도였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구자철이 못한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못했다. 그의 포지션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잘할 땐 한없이 빛나고, 못할 땐 한없이 못해 보이는 포지션"이라고 옹호했지만 맹위를 떨친 남태희와의 비교를 피할 순 없었다.
수장의 굳건한 믿음 덕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구자철은 경기 후 사우디전 비난 여론에 대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생각하는 부분은 내 관심사가 아니"라며 "그 사람들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축구를 하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나는 팀의 목표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한 곳만을 응시했다.
dolyng@osen.co.kr
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