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남자의 야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염경엽 넥센 감독은 새해 출사표를 내놓으며 올해의 야구 팀 컬러 역시 '재미있는 야구'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우리가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것이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팬분들의 기대에도 보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센에 있어 재미있는 야구라면 트레이드 마크가 된 '홈런쇼'다.
넥센 타선은 지난해 200개에서 딱 1개 부족한 199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며 2013년에 이어 팀 홈런 부문 리그 1위를 지켰다. 2009년~2010년 2년 동안 팀 홈런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임을 생각하면 그간 넥센 타선에는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넥센은 2011년 박병호를 시작으로 거포 타자를 모으고 키우며 강력한 타자 군단을 구축했다.

지난해 넥센은 박병호가 2003년 이승엽,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리그에서 50홈런을 넘겼다. 강정호는 역대 최초 40홈런을 친 유격수가 됐다. 이택근과 유한준은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각각 시즌 20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성열(14개), 김민성(12개), 윤석민(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 세 명은 모두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올 시즌 넥센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 주전 유격수 강정호가 지난 시즌 후 포스팅 신청을 통해 독점교섭권을 취득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입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팀 홈런 200개를 노리고 있는 넥센은 강정호의 몫과 지난해 남겨뒀던 1개를 더해야 한다.
그 열쇠는 윤석민과 스나이더가 쥐고 있다. 염 감독은 주전 유격수 우선권을 윤석민에게 주며 "수비만 본다면 유격수를 해온 김하성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팀의 재미있는 야구를 위해서는 윤석민을 키워 기회를 더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백업 선수로 뛴 윤석민에게 주전 기회라는 보상을 줄 염 감독의 판단이 옳을지 여부는 캠프와 시범경기가 시험대다.
여기에 새 타자 스나이더가 강정호 대신 5번 타선을 받칠 예정이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LG에 대체 선수로 입단했으나 몸에 맞는 볼 등 불운과 부상으로 37경기 4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스나이더를 데려온 넥센 측은 "올해 20홈런에서 30홈런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장거리형 타자"라고 기대를 모았다. 스나이더가 강정호의 빈 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워준다면 넥센의 쉴 틈 없는 타선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위 타순에서는 FA로 팀에 잔류한 이성열과 지난해 큰 기대를 부상으로 져버린 강지광이 올 시즌 설욕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걸리면 넘기는 거포형 타자다. 타격에 눈을 뜬 포수 박동원도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선수들이 '강정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점이 팀의 200홈런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한준은 "한 명이 정호 자리를 메울 수는 없다. 하지만 10명이 4홈런 씩만 더 치면 된다"며 절친한 후배의 가는 길에 마음의 짐을 줄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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