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의 남녀 주연 황정민과 김윤진이 생애 첫 천만영화의 영예를 동시에 안는 환상 호흡을 과시한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에 이어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두 번째 천만영화를 연출하는 겹경사를 맛보게 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지난 10일 하루 동안 전국 46만4,332명을 동원, 누적 관객수 922만5,854명을 기록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42.9%로 여전히 고공비행중이고 2위 '테이큰3'의 15만2,165명(누적 163만2,527명)과도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에 비해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국제시장'은 일요일인 11일 960만명 돌파가 무난해 보이며 빠르면 수요일인 14일 늦어도 15일 D-데이를 예고하는 중이다. 14일에는 '국제시장'과 같은 CJ 배급의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이승기 문채원 주연)와 하정우 감독 주연의 '허섬관', 15일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박물관이 살아있다3' 등이 연달아 개봉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고비로 '국제시장'의 강력한 흥행 기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의 천만 돌파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뚫고 이뤄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와 '인터스텔라'의 쌍끌이 흥행 열기가 활활 타올랐던 지난 해 12월 17일, 피터 잭슨의 중간계 시리즈 대미를 장식하는 ‘호빗3’와 같은 날 개봉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김우빈의 '기술자들', 고수-박신혜-한석규의 '상의원' 등 연말연시를 겨냥한 한국영화 대작들도 잇따라 막을 올리면서 극장가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윤제균 연출, 황정민-김윤진 주연이라는 최강 콤비의 힘과 기세는 거칠 게 없었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윤 감독은 아버지 세대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를 낭독했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들었다 놨다 하는 부처님 손바닥 신공을 펼친 것이다.
영화 첫 장면, 흥남철수에서는 전쟁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손바닥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맛보다가 아차 하는 순간 저절로 첫 눈물방울을 떨군다. 그 후로는 완전히 감독 페이스다. 주도권을 넘긴 관객들은 윤제균의 손 아래서 꼭두각시 인형마냥 움직일 뿐이지만, 영화는 이렇게 볼 때 가장 행복하다.
믿고 보는 두 배우, 황정민과 김윤진은 이번에도 관객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천의 얼굴 황정민은 자신의 최다관객 출연작 '신세계' 470만 기록을 깨는 건 물론이고 천만 돌파를 바라보기 충분하다.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를 혼자 책임진 그의 열연에는 새삼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어떤 영화에 어느 역할을 맡겨도 100% 이상 해낼 배우라지만 이번 ‘국제시장’에서는 상상 그 이상의 몰입을 과시했다.
그의 연인이자 아내, 그리고 함께 인생을 마감할 반려자로 등장한 김윤진과는 환상의 호흡을 맞췄다. 김윤진은 지난 세기 현모양처의 전형마냥 ‘국제시장’ 속 덕수의 뒤를 오롯이 쫓아가는 지난 세대의 어머니를 때로는 잔잔하면서 때로는 격정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사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주인공 덕수를 더 빛나게 했던 건 모두 김윤진의 공이다. ‘로스트’ 시리즈 후 월드스타로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인, 김윤진의 힘은 과대포장이 아니었다.
여담으로, 황정민과 김윤진은 지난 1998년 당대 한국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명작 ‘쉬리’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을 갖고 있다. 김윤진은 여주인공인 남파공작원 이명현 역을 맡았고, 황정민은 단역 특수조사관으로 분했다. 김윤진은 ‘쉬리’로 그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황정민은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던 시기다.
다시 만난 두 사람, 황정민이 김윤진을 만날 때마다 한국영화계는 한 획씩을 더 긋는 모양이다. ‘국제시장’은 이미 감동 드라마 장르의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모두 다시 썼고 두 사람에게 생애 첫 천만영화 돌파의 기록을 남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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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