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 세대인 내가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손)흥민, (김)진수와 같이 뛰고 있어 놀랍고 자랑스럽다."
차두리(FC서울)가 은퇴한 전설 이운재를 넘어 한국의 아시안컵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차두리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서 그라운드를 밟으며 대기록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밤 "차두리가 이운재의 아시안컵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면서 "차두리가 만 34세 178일의 연령으로 이운재의 만 34세 102일(2007 아시안컵) 출전 기록을 깨트렸다"고 밝혔다.

차두리는 오른쪽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어 이날 벤치에서 대기했다. 전반 19분 만에 김창수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출전 통보를 받았다. 예고되지 않은 출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두리는 수장의 출격 명령에 변함없는 활약으로 응답했다. 종료 직전까지 공수를 활발히 오가며 71분을 소화, 1-0 승리에 일조했다.
차두리는 11일 오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먼저 운재 형에게 미안하다"고 농을 던진 뒤 "2002년 멤버 세대가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손)흥민, (김)진수와 지금도 같이 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도 새롭고 내 자신이 놀랍기도 하고,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차두리는 이어 "이러한 기록은 나에게는 매우 영광스러운 것이지만 지금은 대회 기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영광보다는 우리의 목표가 우승인 만큼 나이 많은 고참이나 어린 후배들이나 하나의 목표를 갖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오랜 기간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두리는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이번 대회는 그의 국가대표 고별 무대다. 대회가 끝나면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004, 2011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아시안컵 출전이다. 2004년 중국 대회에선 막내로 대회에 참가해 8강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선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차두리가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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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