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는 공격력에 특화된 선수들이 맡는 자리다. 수비가 약하거나 체력적인 한계가 있는 노장 선수들이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에는 삼성 이승엽이 최고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롯데 최준석, 두산 홍성흔, KIA 나지완, NC 이호준, 넥센 이성열 등 일발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이들은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며 장거리포를 전담하는 지명타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러나 한화는 지명타자의 생산력이 다른 팀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왼쪽 어깨 재활을 하고 있던 이용규가 외야 수비 대신 지명타자로 출장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용규는 104경기 타율 2할8푼8리를 기록했지만 홈런은 없었다. 전형적인 교타자 스타일의 그에게 지명타자 자리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사실 한화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지명타자 감이 있다. 바로 김태완(31)이다. 2008~2010년 3년 동안 1루수 및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장타력과 선구안을 자랑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근 2년 동안 실전 감각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반등의 기대감을 늘 안고 있다.
지난해 김태완은 89경기 타율 2할5푼8리 48안타 7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주전 지명타자로 중용된 7~8월 30경기에서 타율 3할6푼3리 33안타 4홈런 24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9월에 어깨 부상을 당한 펠릭스 피에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바람에 김태완은 다시 자리를 빼앗기며 감을 잃고 말았다.
비록 지난해 성적이 들쑥날쑥하기는 했지만 김태완의 일발 장타력은 살아 있었다. 관건은 얼마나 꾸준하게 기용 되느냐 여부. 김성근 감독은 재활을 하고 있는 이용규와 최진행을 무리하게 당겨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효율적 라인업 가동을 위해서라면 김태완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 김성근 감독의 관심 아래 혹독하게 굴렀던 김태완은 "감독님을 만나 뭔가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지난 2년간 타격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지금은 내 폼이라는 게 하나도 없다. 아예 없다. 감독님을 믿고 시키시는 대로 계속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부진으로 김태완은 연봉 협상에 있어서도 찬바람이 분다. 이제는 더 떨어질 곳도 없다. 그는 "여기서 안 되면 후회가 없을 듯하다. 흐지부지하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생각은 없다. 1~2년 더하려고 2군에 있는 건 싫다"며 "이번에 베스트로 최대한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것이다"고 말했다. 과연 한화의 지명타자 자리가 김태완의 것이 될 수 있을지 올 한 해가 자신과 팀에 분수령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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