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전문]슈틸리케, "우승하려면 11명 아닌 23명 모두 활용해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11 15: 05

"대회서 우승하려면 11명이 아닌 23명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전날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던 슈틸리케호가 1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맥켈러 파크서 회복 훈련을 이어갔다. 23명의 태극전사 중 오만전에 나오지 않았거나 짧은 시간만 소화했던 10명만 실외 훈련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오만전에 선발 출격한 11명과 전반 19분 교체 출격한 차두리, 연습경기 중 엉덩방아를 찧은 곽태휘 등 13명은 이날 오전 실내에서 회복 훈련을 실시하고 휴식을 취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슈틸리케 감독은 베스트 일레븐만이 아닌 23명의 모든 선수가 뛰어야 한다며 원팀론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서 우승을 하려면 11명의 선수들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23명 모두 중요하고 이들을 모두 활용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오만전 승리했는데 홀가분한가.
▲전반 초반에는 정말 잘했다. 10분까지는 적극적으로 침착했다. 손흥민이 크로스바를 맞히는 좋은 장면도 있었다. 패스미스와 공 컨트롤에 실패하면서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생긴 것 같다. 전반 종료 직전 득점을 하면서 후반 들어 침착하게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선수들 체력 떨어졌는데 쿠웨이트전 선수 구성 바꿀 계획 있나.
▲대회서 우승을 하려면 11명의 선수들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23명 모두 중요하고 모두를 활용해야 우승할 수 있다. 사우디전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6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모든 선수들이 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선수들도 충분히 경기력이 올라오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 오만전이 끝난 뒤 우리가 3명의 선수를 교체한 건 크고 작은 부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경기 전 이미 출전이 불확실했던 곽태휘까지 총 4명의 몸상태가 좀 안좋다. 현재 선수들의 몸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의무팀과 협조하고 있다. 100%가 아닌 선수들은 출전하기 어렵다. 90%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출전을 재고해봐야 한다.
-한국 선수들과 첫 대회 참가다. 평가전과 다르게 선수들이 다른 모습을 보이나.
▲가장 큰 차이점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돋보였다. 평가전 때는 침착하게 했는데 오만전은 대회라는 중압감이 있어서 그런지 경험이 풍부한 차두리와 기성용이 잘했다. 기성용은 나이는 많지 않아도 대표팀 경력이 많다. 둘 모두 경기 운영 면이나 침착성 등이 상당히 돋보였다. 대표팀에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본인의 재능을 경기장에서 100% 발휘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 부분이 채워져야 침착성을 갖고 100%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만전 승리가 상당히 긍적적이라 생각한다. 승리를 통해 중압감을 벗어나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2차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3차전서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100%가 아닌 선수가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이런 선수들이 쿠웨이트전서 나와서 혹시라도 결과가 좋지 않는다면 3차전서 다시 필요한 경우가 왔을 때 몸상태가 좋지 않다면 상당한 손실을 입는 것이다. 1차전 승리는 이런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 1, 2위 전략은.
▲선택권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어떻게 될지 끝까지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2차전을 이긴다고 하더라도 승점 1을 더 따야 조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아시안컵 경기를 모두 본 결과 브리즈번의 잔디 상태가 상당히 안좋다. 조 2위로 올라가면 8강전을 또 브리즈번서 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점유율 패스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장 기성용의 선수단 리드.
▲기성용 주장 선임과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구자철이었다. 그에게 주장을 맡으면 경기력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이슈들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본연의 임무인 경기력을 충분히 보일 수 있도록 기성용을 선임했다. 기성용의 주장 자질은 오만전서도 봤겠지만 전체적으로 팀 리딩을 잘했다.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히 잘했다. 전체적으로 뒤로 물러서면서 팀의 균형을 주장으로서 잘 잡아줬다. 기성용은 충분히 존경을 받고 있고, 자질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구자철에게 안좋은 뜻으로 주장 완장을 기성용에게 넘겨준 것이 아니라 구자철을 도와주고 보호해 주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오만전서 사우디전 혹은 부진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더 잘할 수 있었지만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침묵하고 있는 손흥민을 살리기 위한 방안.
▲명심해야 할 부분은 오만전도 봤겠지만 상대가 밀집 수비를 할 경우 공격수가 공을 잡으면 2~3명이 달려들어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 어떨 때는 공격수들이 잘해보고자 하는 의지로 공격을 풀어나간다든지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오만전도 그렇고 쿠웨이트전도 비슷할 것이다. 밀집 수비에 중요한 건 침착성이다. 차분하게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우승후보인 우리가 1, 2차전서 상대적 약체와 경기할 때 선제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그러면 조급해지기 시작하고, 자기 뜻대로 경기가 안풀리면 계획에 없던 롱볼로 풀어나가고 조급함이 생긴다. 이런 것을 선수들로부터 빨리 없내는 게 중요하다. 호주-쿠웨이트전이 큰 교훈을 남겼다. 호주는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통해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서 침착하게 경기를 잘했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
-골키퍼 김진현 김승규 정성룡의 경쟁과 현재 위치.
▲오만전서 수문장의 최종 선택에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3명의 선수가 기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성룡은 초반에 경미한 부상 때문에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김진현과 김승규보다 훈련량이 적어 뒤쳐진 경향이 있다. 김승규랑 김진현을 놓고 끝까지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 경기 전날 김봉수 코치와 함께 상의를 해서 정말 어렵게 결정을 했다. 오만전서 김진현이 활약을 한 것을 봤을 때 굳이 교체를 해야 하나 생각을 했다. 김진현의 활약에 대해서는 상당히 침착하게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빠른 반응속도, 특히 마지막 실점 장면을 잘 넘겼다. 발 기술도 어느 정도는 잘해줬다.
-하루 전날 출전자 통보 이유.
▲하루 전날 상대의 전술이나 영상을 많이 보면서 미팅을 한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비디오 미팅을 할 때 경기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알려주고 있다.
-경기에 못 나오는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어떻게 해주나.
▲다른 특별한 방식은 없다. 주전이든 후보든 동일하게 대하고 똑같이 존중해주고 있다. 오만전서도 3명의 선수가 출전 기회를 ㅈ바았다. 선수들도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도 경기에 안 뛴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 선발 명단을 받으면 11명의 기분 좋은 선수와 그렇지 못한 12명이 있는데 어떻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아까 말했듯 모든 선수들을 똑같이 대해주고 존중해주면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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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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