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안했다가 쾅 맞는 것처럼 기분 좋은 뒤통수는 없다.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조합에서 의외의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그때야말로 '감히' 심사할 수 없는 경지의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K팝스타4'는 방송 내내 기대를 많이 했다가 실망하는 과정을 거치더니, 막판에 짜릿한 복병들의 명승부를 보여주며 하나의 커다란 반전 드라마를 썼다.

주인공은 장미지-존추가 뭉친 지존과 여자 네명으로 이뤄진 스파클링 걸즈. 이들은 방송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아예 방송을 타지 못했던 편집의 설움을 겪은 이들. 특히 스파클링 걸즈는 팀 구성 당시 누구에게도 지목을 받지 못해 자기들끼리 뭉친 팀이기도 했다.
심사위원들도, 노래를 하는 자신들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상황.
그러나 무대가 공개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먼저 무대에 오른 지존은 조규찬의 '베이비 베이비'를 선곡해 완벽한 조합을 보여주며 극찬을 끌어냈다.
유희열은 “너무 좋은데. 진짜 진짜 잘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각자 노래를 부를 때는 아쉬웠던 게 둘이 호흡을 맞추니 완벽한 하모니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양현석은 “건반과 기타 두 악기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악기를 안다루는 내 마음까지 사로잡은 건 대중의 마음을 훔쳐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감동적인 콜라보를 볼 수 있을까. 이런 감동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칭찬했다. 박진영은 “두 사람이 취향을 박살했다”라고 극찬했다. 양현석은 “두 사람이 사귀든 말든 상관 안하겠는데 운명적인 만남이 이런 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두 사람의 그림은 좋았다. 기타를 든 여자와 피아노를 치는 남자라는 조합이 신선했고, 헤어스타일에 외모도 닮은 것 같았다.
분위기가 완전히 지존으로 쏠린 상태. 스파클링 걸즈는 더더욱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그동안의 설움을 연습량으로 채웠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유발하긴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첫 소절부터 달랐다. 화음을 차곡 차곡 쌓아 부른 비욘세의 '크레이지 인 러브'는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었다. 무대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멤버들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심사위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박진영은 "백점 주고 싶다. 만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했다. 이 무대를 만든 네명이 아무도 뽑아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모인 팀을 짠 친구들이라는 게, 그 친구들이 가장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한명도 실수를 안했다. 솔로 완벽하고 화음 다 맞다"고 평했다. 유희열도 "보컬의 볼륨도 다 맞았다. 이게 팀이다"고 감탄했다.
양현석은 "마이크 내려놓고 우리 세 심사위원이 크게 박수 한번 쳐주자"며 감동을 끌어올렸다. 멤버들은 모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무대에 어떻게 승패를 나눌 수 있을까. 심사위원들이 과감하게 결정한 '룰 깨기'는 이들 무대의 감동을 더 끌어올렸다. 이 방송 최초로, 스튜디오 밖에서 추가 회의를 하고 돌아온 심사위원들은 두 팀 모두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기로 결정한 것.
평소라면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농락'이라고 할만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란히 합격을 통보받고 벅차하는 출연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뒤통수'라고 할만했기 때문이다. 물론 반전이란 두번 이상 벌어지기 어려운 것. 다시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할 이들의 다음 라운드가 벌써 '걱정 반, 기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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