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유재석과 ‘투덜이 형’ 이서진의 조합은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다. 한없이 친절한 유재석이 까칠하기 그지없는 이서진을 만나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가운데 형성되는 ‘브로맨스(형제+로맨스)’의 빵빵 터지는 조합은 싸우면서 정드는 톰과 제리 커플보다 사랑스러웠다. 이서진의 끝도 없는 투덜거림과 유재석의 깐족거림이 만났을 때, 웃음이 넘친다는 것을 ‘런닝맨’이 보여줬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영화 ‘오늘의 연애’에 함께 출연한 이승기-문채원과 이서진이 출격했다. 앞서 지난 4일 이승기와 문채원이 티격태격 동갑내기가 만드는 친근한 조합을 보여줬다면 11일 방송은 특유의 까칠한 매력으로 ‘런닝맨’을 장악한 이서진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기에 이서진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투덜이 성격을 부채질하는 ‘예능 캐릭터 족집게’ 유재석의 빼어난 능력이 발휘됐다.
이서진은 tvN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통해 투덜거리면서도 부탁하면 다 들어주는 ‘마성의 까칠미’를 보여준 바 있다. 뭔가 하지 않겠다며 불평은 많은데, 결국 다 하는 인간미 넘치는 매력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비협조적인데 결국 다하는, 그래서 점수는 깎이지만 오히려 친근함은 높아지는 게 이서진의 마성의 매력이다. 이서진처럼 잘생기고 인기까지 많은 남자가 친절하기보다는 어딘가 얄미운 구석이 있다는 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날 ‘런닝맨’에는 평소 깐족거리는 농담을 자주 던지는 유재석과 조합을 이뤘는데 40대 두 남자의 ‘대놓고 싸우는 모습’은 중독성이 강했다. 몰래 카메라에 당한 것을 알고도 ‘쏘쿨’을 유지했던 이서진이 무너진 것은 의외의 장면이었다. 바로 초반 유재석의 이른 바 ‘친한 척’ 스킨십에 기겁을 한 것. 유재석은 어떤 게스트가 와도 친근감을 드러냈고 이서진에게도 어김 없이 행동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반응은 달랐다. 진땀을 빼는 이서진의 당황스러움을 포착한 유재석은 방송 내내 과도할 정도로 친근하게 접근해 웃음을 형성했다. 반면 이서진은 유재석과 끝까지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두 사람의 묘하게 엇갈리는 성향은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다.
물론 겉으로는 선 긋기에 나섰지만 다정다감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이서진의 진솔한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까칠해서 웃긴 캐릭터를 발견한 유재석은 이서진의 이 같은 예능적인 재미가 있는 성향을 강조했다. 열심히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걸 도대체 왜 하냐?”라고 투덜거리기 바쁜 이서진의 행동을 부각했다. 깐족거리면서도 자신 역시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다. 출연자들을 살뜰히 챙기는 ‘유느님’ 유재석은 이날 방송만큼은 없었다. 유재석이 해변에서 생수를 마신 후 술을 마신 것처럼 연기한 장면은 두 사람의 톰과 제리처럼 맞지 않은 성향 속에 친근한 조화를 이루는 게 극대화됐다.
유재석은 까칠한 이서진을 향해 “이서진 나오라고 해”, “누가 섭외한 거야?”라고 분노를 폭발하는 연기를 펼쳤다. 출연자의 캐릭터를 찾아내고 부각시켜 웃음을 잘 만들어내는 유재석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재석은 다소 손발이 오글거릴 수 있는 응원을 요구했고 이서진은 마지못해 “잘해 잘해”를 외쳤다. 유재석이 은총을 받은 듯 열광하는 모습과 다시금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이서진의 ‘비협조적인’ 성격은 이날 ‘런닝맨’에서 가장 웃긴 지점이었다.
유재석은 예능 감각이 뛰어난 MC다. 자신이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집요한 모습을 보여줘야 이서진의 까칠해서 웃긴 매력이 더 즐겁게 느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말에 고분고분해졌다”면서 이서진을 괜시리 자극하고, ‘파이팅’ 넘치는 행동을 끝없이 강요하는 모습은 예능 선수다웠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투덜거림을 유지하는 이서진의 행동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달려들면서 깐족거리는 유재석과 비협조적인데 빨리 상황은 벗어나야 할 필요는 있는 이서진의 마지 못해 하는 열성적인 자세는 마성의 웃음을 탄생시켰다.
방송 후반 두 사람은 함께 이동하면서 1990년대 나이트 음악에 대한 예찬론을 쏟아냈다. 동시대에 살아서 공감대가 많은 이들이 마치 아이들마냥 음악을 들으며 호감을 공유하는 모습은 친근감이 넘쳤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극과 극의 성격이라 묘하게 어우러짐이 강했던 톰과 제리 커플이었던 것. 물론 두 사람은 끝까지 티격태격 예능적인 투탁거림을 보여줬다. 마지막 최종 승리 후에도 ‘엔딩 코멘트인 클리어’를 외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서진의 미적거림과 이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예능 선수’ 유재석의 캐릭터 극대화 능력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성의 브로맨스’의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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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