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전개로 ‘사이다 복수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속터지는 ‘발암 유발 드라마’였다. ‘미녀의 탄생’이 속터지고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종영했다. 한예슬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초반 반짝 화제성은 완성도 떨어지는 이야기로 인해 끝까지 유지되지 못했다.
지난 11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남편의 불륜으로 배신감을 느낀 사금란(한예슬 분)이 전신 성형수술로 미녀로 재탄생한 후 사랑과 성공을 거머쥐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해 11월 1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는 총 21회로 마무리됐다. 이 드라마의 시작은 화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예슬이 ‘스파이 명월’ 촬영 잠적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더욱이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복수극이라는 점, 로맨틱 코미디가 적절히 섞여 있는 소재라 젊은 시청자들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MBC 주말드라마에 밀려 시청률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SBS 드라마국에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초반 시청률 10%대까지 치솟았던 이 드라마는 어설픈 얼개로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냈고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다. 화제성 역시 금방 사그라들었다.

선악 구도가 뚜렷했지만 악인들이 금란을 비롯한 선인들을 괴롭히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극적 장치는 굉장히 어설펐다. 교채연(왕지혜 분), 한민혁(한상진 분), 이강준(정겨운 분) 등 악한 인물들의 정보력과 비리를 저지르는 악행은 극이 진행될수록 발전돼 시청자들의 울화통을 떠트리게 했다. 반면에 이들에게 철저하게 복수해야 하는 금란과 한태희(주상욱 분)의 힘은 점점 나약해지며, 악인들이 판치는 드라마가 됐다.

매회 갈등이 펼쳐지는데 이 같은 갈등 구조는 가히 ‘LTE급’이라고 말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말이 되는 이야기가 없었다. 따지고 들면 구멍이 너무 많았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일이 허다했다. 앞뒤가 맞지 않은 허술한 이야기 전개와 갈등만 휘몰아치는 구조는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자극했고 결국 방영 내내 시청률 5~6%대에 머물게 되는 이유가 됐다.
주인공인 금란과 태희가 시종일관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고, 악인들은 온갖 죄악을 저지르며 승승장구하는 단순한 이야기는 마지막 2회를 남기고 부랴부랴 시작된 진짜 복수극이 시청자들에게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게 했다. 지난 해 하반기 MBC ‘왔다 장보리’가 막장 논란에도 ‘사이다 복수극’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탄탄한 이야기가 없다면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전개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말았다.
다만 안방극장에 오랜 만에 복귀한 한예슬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배우라는 점을 증명했다. 연기력과 인지도를 동시에 갖춘 주상욱의 열연은 명불허전이었다. 한예슬과 주상욱의 능청스러운 커플 연기는 갑갑한 전개에도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어이 없는 구성으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전개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욕을 작정하고 먹은 왕지혜-정겨운-한상진의 발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한편 ‘미녀의 탄생’ 후속인 ‘내 마음 반짝반짝’은 오는 17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대표 서민 음식으로 상징되는 ‘치킨’으로 얽히고설킨 두 집안 가족들의 성공과 성장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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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의 탄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