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남태희, 다시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를 꿈꾸며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12 05: 50

남태희(레퀴야)가 다시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를 꿈꾸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한국시간) 펼쳐진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압박감이 컸던 첫 경기서 귀중한 승리를 신고하며 8강 진출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럼에도 마음껏 웃지 못한 이가 있다. 그간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남태희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줄곧 중용을 받다 정작 중요한 아시안컵서 수장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전을 비롯해 같은 달 열린 코스타리카, 11월 요르단전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골 뿐만이 아니었다. 위협적인 공격은 대부분 남태희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단연 가장 눈부신 활약상으로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포지션 경쟁자인 구자철이 A대표팀에 돌아오며 얘기가 달라졌다. 구자철은 지난해 11월 이란전서 남태희 대신 선발 자리를 꿰찼다. 지난 4일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서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희비가 엇갈렸다. 구자철이 부진한 반면 후반 들어온 남태희는 쐐기골에 기여하며 날개를 펼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태희가 구자철을 다시 밀어내고 오만전에 선발로 출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한 번 구자철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조영철의 선제 결승골에 기여하는 중거리 슈팅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반면 남태희는 승리의 기쁨을 벤치에서 맛봐야 했다.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1일 대표팀 회복 훈련이 펼쳐진 맥켈러 파크서 취재진과 만나 "오만전서 우리가 3명의 선수를 교체한 건 크고 작은 부상 때문이었다"면서 오른쪽 정강이 타박상을 입은 이청용, 오른쪽 허벅지 타박상을 당한 김창수,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올라온 조영철 등 3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몸상태가 100%가 아닌 선수들은 쿠웨이트전에 출전하기 어렵다"면서 "90%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출전을 재고해봐야 한다. 쿠웨이트전에 나와서 혹시라도 부상이 악화된다면 3차전에 필요할 때 출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 우승은 11명의 선수들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23명 모두 중요하고 이들을 다 활용해야 우승할 수 있다"면서 "사우디전서도 6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선수들도 충분히 경기력이 올라오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남태희는 현재 A대표팀과 소속팀서 뛰고 있는 섀도우 스트라이커 자리 외에도 우측면 날개를 소화할 수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서도 이 자리에서 뛰며 사상 첫 동메달에 일조한 바 있다.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서 몸상태가 좋지 않은 이청용을 대신해 우측 날개로 출격할 가능성이 있다. 혹은 구자철이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올라갈 경우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맡을 여지도 있다. 남태희는 "선발로 뛰든 후반에 들어가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면서 "어떤 자리든 상관 없다. 우측 날개도 올림픽서 뛰었던 포지션이라 괜찮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남태희는 오는 13일 열리는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서 어떤 역할이든 부여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본인이 건재하다는 날갯짓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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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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