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FA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었다.
19명의 선수가 기록한 총연봉의 합계는 630억 6000만 원. 지난해 기록된 523억 5000만 원을 100억 원 이상 뛰어넘는 역대 신기록이었다. 최정(SK 내야수)은 4년간 총액 86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역대 FA 최고 대우를 경신했고 장원준(두산)과 윤성환(삼성) 또한 80억 클럽에 가입했다.
야구에 만약이라는 건 없지마는 이승엽(39.삼성)이 최전성기 때 FA 시장에 나왔다면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았을까. 이승엽은 2003시즌이 끝난 뒤 데뷔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7세. 이승엽은 홈런 타자의 대명사답게 개인 통산 5차례(1997, 1999, 2001, 2002, 2003년) 홈런왕에 등극했다. 또한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개), 역대 최소 경기 및 최연소 300홈런 등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산 5차례(1997, 1999, 2001, 2002, 2003년) 정규 시즌 MVP를 품에 안았고 1997년부터 7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국민타자'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활약이었다.
이승엽에게 '최전성기 때 FA 시장에 나왔다면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았을 것 같냐'라고 물어봤다. 그는 잠시 망설인 뒤 "아마도 200억은 넘지 않았겠냐"면서 "당시 상상도 못 할 만큼 어마어마한 액수를 제시받았다. 그렇게 됐으면 충분히 200억을 넘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입증한 이승엽. 올 시즌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승엽은 FA 자격 재취득에 대해 무의미하게 여겼다. 그는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릴 적에 이곳에 와서 8년간 떠나 있었지만 정말 좋은 기억만 갖고 있다. FA 신청 자체가 하기 싫다. 해봤자 뭐 하겠나. (보호 선수 구성 등) 구단의 전략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모를까 (FA) 신청 자체가 무의미하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겠다는 이승엽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이승엽은 사상 첫 400홈런 고지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390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대망의 400홈런까지 10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34년 사상 첫 대기록으로 올 시즌 시작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400홈런은 상징성과 함께 당분간 쉽게 깨지기 어려울 대기록이라 그 가치가 상당하다.
그는 "400홈런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비록 8년간 떠나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400홈런 달성은 굉장히 의미있다"며 "내가 이만큼 잘 하리라 상상도 못했고 마흔까지 뛸 것이라 꿈에도 몰랐고 400홈런 달성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인 만큼 기대된다"고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이만큼 했으니 더 잘 했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다". 이승엽에게 만족이란 건 없다. '2015년도 2014년처럼~~'이라는 그의 모바일 메신저 알림말처럼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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