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기회가 있는 사람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건 세상에서 누릴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영웅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생전 남긴 말이다. 통산 타율 3할1푼7리에 3000안타를 달성,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클레멘테는 뛰어난 야구실력보다 끝없는 선행 그리고 극적인 최후로 야구팬들의 가슴에 새겨진 인물이다. 클레멘테는 만 38세였던 1972년의 마지막 날, 지진을 겪은 니카라과에 구호물자를 전해주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악천후에 목숨을 잃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선수에게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수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사이영 상, MVP만큼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2005년 수상자 존 스몰츠는 "사이영 상보다 더 타고 싶었던 상이었다"고 기뻐했고, 2012년 수상자 클레이튼 커쇼는 소감으로 "사이영 상은 투수에게 최고의 상이지만, 이 상은 야구선수를 뛰어넘는 삶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성격의 상이 있다. 바로 사랑의 골든글러브다. 지난 1999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이웃사랑을 실천한 선수에게 수여하기 시작한 이 상은 작년까지 모두 16번 수상자를 배출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에 함께 수상자가 발표되는데, 작년에는 데뷔 후부터 심장병 환아를 도운 김광현(SK)이 받았다.
그런데 상의 권위는 천지차이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이 상을 받는 선수는 영광스러워한다. 그런데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사랑의 골든글러브 받았으니 골든글러브는 꽝이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받는 선수들은 기뻐하는데, 지켜보는 선수들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나눔의 미학을 깨닫고 실천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롯데 강민호가 양산시에 2억 원을 쾌척, 프로야구 선수로는 최초로 이름을 딴 '강민호 야구장'을 짓게 된다. 여기에는 허구연 위원의 조언이 있었다. 강민호는 FA 계약 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고심해 왔는데 허 위원은 '야구장을 짓는 데 생각보다 큰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라며 양산시와 연결을 해 줬다고 한다.

허 위원은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도 나누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못한다고 한다"면서 "이제 우리나라에도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과 같이 사회공헌을 한 선수에 대한 권위있는 상이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상을 바라보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건 결코 아니겠지만, 그 상이 선수들 사이에서 진정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때 세상의 온도는 더 올라간다.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종목이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사회공헌활동 독려, 그 시작은 '사랑의 골든글러브' 바로세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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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사랑의 골든글러브 상 2014년 수상자 김광현. 아래 - 피츠버그 PNC 파크에 있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동상.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수상자는 이 동상을 축소한 트로피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