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은 늘 선입견에 맞서는 선수였다.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3년에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공이 느려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그를 따라다녔다.
남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빠른 공을 지니지 못한 투수들은 자신이 가진 다른 무기로 스스로의 힘을 입증해야 한다. 유희관 역시 그랬다. 2013년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선발로 돌아서며 10승 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으로 호투했고 포스트시즌에도 진가를 보여줬지만 지난 시즌을 준비하는 유희관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유희관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다.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유희관은 타고투저 환경 속에서도 12승 9패, 평균자책점 4.42로 선전했다. 또한 177⅓이닝을 소화해 토종 최다이닝 투수가 되기도 했다. 본인의 목표였던 ‘선발 로테이션 지키기’에 성공했음은 물론이다.

베어스 토종 좌완으로는 최초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 동안 몸값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 군에서 제대한 뒤 맞이한 2013 시즌 연봉이 당시 최저연봉(2400만원) 수준인 2600만원에 불과했던 유희관은 첫 10승과 함께 이듬해 285% 인상된 1억원으로 보답 받았다. 이어 이번 시즌 연봉으로는 2억원을 받는다. 연봉이 2년 연속 100% 이상 인상된 것이다.
유희관이 말하는 지난 2년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천당과 지옥’이다. 그는 “풀타임으로 2년을 뛰었는데 2년 전에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서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그러지 못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 같았다. 팀이 있어야 선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팀을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개인 성적도 나올 것이다”라며 다시 천당으로 가기 위한 첫 선결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팀 성적도 팀 성적이지만, 유희관 개인으로서도 새로운 평가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희관의 롱런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지금은 검증된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 시즌까지가 공 느린 투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높은 기대치와의 싸움이다.
부담감이 따르지만, 유희관은 그런 점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1년 전과는 다른 종류의 압박감을 갖게 되지 않았느냐고 유희관에게 묻자 “부담감은 매 시즌 있다. 없으면 나태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지금보다는 풀타임 선발로는 처음이었던 지난해의 부담감이 더 컸지만, 팀이 4강에 떨어졌으니 올해 역시 부담을 갖고 던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은 사라진 만큼 조바심을 낼 필요 역시 없어졌다. 늘 하던 대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다른 것을 하려다 보면 좋았던 것이 망가질 수 있으니 루틴대로 할 것이다. 시즌 때도 꾸준히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겠다”며 유희관은 이미 짜놓은 시즌 계획도 공개했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 유네스키 마야와 더불어 새로 합류한 장원준에 기존의 유희관까지 4명의 확실한 선발투수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이 선발진이 강한 팀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더 이상 유희관이 변수에 속하는 선수는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유희관이 자신을 찾아온 새로운 중압감까지 이겨내며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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