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반짝였다. 영화 '국제시장'의 유노윤호는 장보러 갔다가 우연찮게 '득템'한 보석 같았다. 극의 후반부에 카메오로 잠깐 출연했지만 자신이 등장하는 10분정도 분량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내며 선배 가수 남진의 젊은 시절을 그려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국제시장'은 천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지난 주말동안 총 113만 5,88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968만 8,128명.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냈다.
이 영화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우리나라의 시대상이 담겼고, 이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 연출력도 흥행에 한 몫했다. 배우 황정민, 오달수, 김윤진 등의 열연이 힘을 더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적절한 유머코드를 섞어 슬픈 장면들을 상대적으로 더욱 슬퍼 보이게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정주영, 이만기, 앙드레김, 남진 등의 인물을 넣은 것을 옥에티로 지적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는 이 영화가 신파로 가지않도록 한 영리한 완급조절이었다.

이 장치는 절묘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남진을 연기한 유노윤호는 돋보였다. 그의 첫 등장이 의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내 아버지의 일대기를 담은 시대극에 아이돌 가수의 등장이 웬말인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웅성거렸다.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질 질 때 쯤 유노윤호는 수류탄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베트남으로 파병된 해병대 분대장 역할로 등장한 그는 위기에 처한 덕수(황정민 분)와 달구(오달수 분) 구해낸 뒤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을 스크린에 내비쳤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것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관객들은 허를 찔린듯 웃었다.
그렇게 웃음을 주던 그가 마지막에는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도 물에 빠진 덕수를 한손으로 건져올려내며 남성미를 풍겨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우연하게 터진 '한방'이 아니었다. 그간 유노윤호는 각종 드라마와 다양한 영화에 주연, 조연을 가리지않고 출연하며 연기력을 차근차근 쌓아올렸고, 드라마 '맨땅에 헤딩'부터 '야경꾼일지', '야왕'에서는 굵직한 역할을 맡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가수에서 배우로 거듭났다.
유노윤호의 활약은 영화 밖에서도 이어졌다.'국제시장' 출연료를 전액을 어린이 돕기에 쾌척한 것. 지난해 12월 24일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유노윤호는 '국제시장'의 출연료 전액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관객 동원 추이를 볼 때, '국제시장'은 역대 12번째 1,000만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노윤호 이 영화의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는 역할을 충실히해내면서 배우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게 될까. 연기하며 반짝이는 유노윤호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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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