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의 주장 완장은 제법 잘 어울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귀중한 승리였다. 첫 경기의 부담감을 떨쳤다. 힘겹게 이겼지만 승점 3을 따내며 8강행의 수월한 길을 열었다. 오는 13일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마음의 짐을 덜었다.

남다른 존재감을 떨친 '주장' 기성용의 존재감 덕분이다. 소속팀 스완지서 보여줬던 '패스마스터'의 기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중원 사령관으로 나와 한국의 공수를 진두지휘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87개의 패스를 시도해 9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발 앞에 떨어지는 택배 패스는 눈부셨다. 오만전은 '캡틴' 기성용의 품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당초 이번 대회 주장은 구자철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슈틸리케 감독도 2009 20세 이하 월드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서 연달아 주장을 맡았던 구자철에게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 비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의 무게감을 내려 놓게 했다. 오롯이 경기력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그 짐을 기성용에게 줬다. 기성용은 단짝의 주장 완장을 넘겨 받았다. 오직 기성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성용은 그라운드 안팎의 리더였다. 경기장에선 캡틴의 아우라를 뽐냈다. 밖에선 성숙된 멘탈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오만전에 앞서 동료들에게 '책임감'을 강조했고, 본인이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실천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기성용의 리더십과 남다른 경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지난 11일 취재진과 만나 "오만전서 봤겠지만 기성용이 팀을 잘 이끌었다. 주장으로서 전체적으로 뒤로 물러서 균형을 잘 잡아줬다. 기성용은 충분히 존경을 받고 있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자질 있는 선수"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기성용은 나이는 많지 않아도 대표팀 경험이 풍부하다. 오만전서도 경기 운영과 침착성이 상당히 돋보였다"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캡틴' 기성용이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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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