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조현아(42)에게 땅콩을, 바비킴(김도균·43)에게는 와인을 제공했다. 이 조그만 기내 서비스들은 이후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는 구속기소됐고, 바비킴은 미국 FBI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둘에게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과 '난동과 갑질' 논란을 불렀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의 차이점 또한 명확하다. 조현아의 '땅콩회항'은 승객(실제로는 오너 가족이자 부사장이었을지라도)의 컴플레인에서부터 시작됐고, 바비킴의 '난동사건'은 항공사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두 난동에 대한 대한항공의 자세는 180도 달랐다. 누구에게는 을이었지만 누구에게는 갑인 것으로.
조현아의 지적에 항공사는 비행기를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일)했고, 발권 실수로 피해를 입은 바비킴의 항의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바비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4시 49분(한국시각)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 KE023에 탑승했다. 그런데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좌석에 문제가 생겼고, 바비킴은 기내에서 제공한 와인 6잔을 마신 뒤 만취해 불미스러운 일을 벌였다. 그는 문제가 불거지자 즉각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차례 경찰 조사에도 임했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를 대하는 대한항공의 자세다. 바비킴은 항공사 직원의 실수였음에도 좌석변경을 하지 못했다. 물론 이에 와인을 마시고 난동을 부린 바비킴의 행동은 동은 잘못된 것이며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의 경솔한 행동을 빼고 본다면, 자사 직원의 실수로 불편을 겪은 승객에게 이 같은 기준을 들이댄 것은 조현아의 '땅콩회항' 사건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또 이 과정에서 바비킴은 자신이 톱스타 연예인이란 점을 부각시키는 갑질을 하지 않은 것으로 양 측 주장에서 드러났다. 아직 경찰조사가 더 진행돼 봐야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바비킴을 일방적 피의자로 몰아가고 있는 여론의 향방에 대해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고객 보호를 하지않는 모습은, 조현아의 잘못을 감싸기 위해 고위직 임원이 직접 나서 직원들을 입막음 했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앞서 조현아는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기 기내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기를 돌려세웠다. 자신에게 견과류를 제공하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출발이 11분정도 지체됐고, 약 250여명의 승객의 발이 묶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어떤 보상도 제공되지 않았다.
대한항공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에게 양해는 구했다. 하지만 별다른 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바비킴의 티켓 발권에 대해서는 "항공사 직원의 실수가 있을 경우 추후 관련사항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건 바비킴에 대한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은 보상에 대해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난동을 피우며 부끄러운 잘못을 했지만, 바비킴이 사건은 오너의 가족이나 힘있는 권력자가 아닌 개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일이다. '땅콩회항' 때문에 250여 명의 승객이 피해를 입었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것도 문제가 있다. 이에 바비킴에 대한 동정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 아마도 권력이 없는 개인은 거대한 회사 앞에 을(乙)일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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