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넥센)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주 피츠버그와의 개인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강정호의 ‘생존 가능성’을 점치는 현지 전망도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한편 본 포지션인 유격수보다는 2루수로서 MLB에 데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는 점은 흥미롭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거친 강정호는 500만2015달러라는 최고 금액을 써낸 피츠버그와 개인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피츠버그 구단과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가 협상 테이블을 열고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스포츠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강정호와 피츠버그가 이번주 내에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비교적 무난한 과정에 있음을 시사했다.
강정호와 피츠버그와의 협상 마감 시한은 21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다. 이번주 내에 협상이 마무리된다는 것은 양자가 예상보다 일찍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미이며 현재 양자의 조건이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로는 포스팅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 “4년 총액 2000만 달러”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 금액을 모두 받지 못하더라도 근접한 액수에 합의할 경우 강정호는 탄탄한 팀 내 입지에서 MLB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피츠버그에는 이 연봉을 받지 못하는 야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소식은 현지 분위기도 바꿔놓고 있다. 당초 피츠버그 지역언론 및 중앙 언론들은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영입전에 뛰어들어 협상권까지 따낸 것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냈다. 내야가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본 포지션인 유격수에 성장 중인 조디 머서가 있고 차선으로 여겨지는 2루(닐 워커)와 3루(조시 해리슨)에도 올스타급 선수들이 있다. 때문에 “백업으로 내야 전체를 오고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포스팅 금액을 포함, 연 평균 500만 달러 정도 가치가 되는 선수에게 백업을 맡길 정도로 피츠버그의 자금력이 여유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을 완료할 경우 트레이드를 통한 내야진 정리에 나설 수 있다”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강정호의 포지션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1루수 페드로 알바레스의 정리설까지 나오고 있다. 워커가 1루로 가고, 강정호가 2루에 입성하는 시나리오다.
지역 언론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도 이런 추측에 힘을 더했다.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11일(한국시간) “알바레스의 타격 성적은 크게 떨어졌으며 이 때문에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라는 논리를 펼쳤다. 2013년 알바레스는 36홈런과 100타점을 쓸어 담으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지난해에는 18홈런, 56타점으로 떨어졌다. 피츠버그는 알바레스가 2013년과 같은 활약을 다시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트레이드 가치가 남아있는 시기에 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혹은 장기적으로 키우고 있는 내야 유망주 앨런 핸슨의 성장 속도에 따라 트레이드 가치가 상종가를 치고 있는 워커를 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워커는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향후 치솟을 연봉은 구단에 부담이 된다. 이 경우에도 강정호가 2루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격수와 2루수는 플레이가 정반대라는 점에서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정호 측은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유격수보다 수비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기회가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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