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가 우익 보수 성향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논란에 얼룩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론의 뭇매에 “실수였다”고 사과한 ‘개콘’에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일베 논란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개콘’의 코너 ‘사둥이는 아빠딸’(정태호 허민 김승혜 박소영 오나미)가 에서는 김승혜가 2015년 목표를 묻는 아빠 정태호의 말에 “난 꼭 김치를 먹는 데 성공해서 김치녀가 될 거야”라며 “오빠~ 나 명품백 사줘. 아니면 신상 구두”라고 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시청자들은 ‘김치녀’라는 단어가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주로 일베에서 사용되는 단어라고 지적하며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등장한 새 코너 ‘부엉이’(박성호 이혜석 장윤석 이상구)에서는 길 안내를 받던 등산객이 소리를 지르며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베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를 희화화 하는 모습이 연상됐다고 지적했다. ‘부엉이’ 코너와 관련돼 반응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명백한 일베 인증이라는 반응과, 억측이라는 반응이 팽팽한 것.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코너 '렛잇비'(이동윤 노우진 박은영 송필근)에서 일베를 상징하는 인형 ‘베충이’가 등장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와 이동윤의 얼굴을 합성한 이 개그에서 등장한 ‘베충이’에 많은 시청자는 불쾌감을 전했고, ‘개콘’ 측은 “실수였다”고 전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 점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 추후에도 이런 부주의로 인한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일베 논란에 ‘개콘’ 측은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2015년, ‘개콘’의 전성기를 부활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다양한 코너를 선보이고 있는 ‘개콘’이 방송 2주 만에 뜻밖의 일베 논란에 발목이 잡힌 것. 아는 만큼만 보이는 짧은 콩트의 특성상 이는 ‘개콘’의 높은 인기를 반증하기도 하는데, 당사자의 의도와는 관련 없는 불필요한 논란이 거듭 불거지는 것은 ‘개콘’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개콘’ 측의 명백한 해명과 논란을 차단할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개콘’ 측이 독하고 신랄한 풍자 개그를 이어갈 것을 밝히며 기대를 한껏 높인 가운데 벌어진 이 같은 논란이 ‘개콘’ 측의 해명으로 진정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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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