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승패를 넘은 감동, 팔레스타인의 첫 아시안컵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1.12 17: 51

스포츠에서 결과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가 있다. 사상 첫 아시안컵에 출전한 팔레스타인 대표팀이 그렇다.
팔레스타인은 12일 호주 뉴캐슬 헌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5 호주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일본에 0-4로 크게 졌다. 대패에도 불구 팔레스타인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모두 역사의 증인이자 영웅들이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수십 년이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치, 종교 등 수많은 이념이 끊임없이 대립하며 두 국가가 영토분쟁을 계속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학교나 병원 같은 시설까지 무차별 폭격해 민간인을 대거 학살했고, 국제적인 비난을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팔레스타인에는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의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축구로 힘든 삶을 달랬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1998년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했다. 분쟁지역이란 이유로 FIFA가 가입승인을 하기까지도 수년의 세월이 걸렸다.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FIFA에 가입하면서 팔레스타인 역시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다른 국가들과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팔레스타인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홈경기를 전혀 치르지 못했다. 정치적 문제로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에서 홈경기가 개최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팔레스타인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이집트 등을 전전하며 제3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가자 지구 출신 몇몇 선수는 아예 제3국 입국이 불허돼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청소년대표출신 선수 2명이 폭격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온갖 악재를 딛고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5월 31일 AFC 챌린지컵 결승에서 필리핀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 사상 최초 아시안컵 진출권을 따냈다. 이후 축구대표팀은 국민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대표팀에게 승리를 바라지 않는다. 자국을 대표해 가슴에 국기를 새기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 팔레스타인의 실상을 국제적으로 다시 알리고, 국민들이 단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아시안컵 출전만으로도 세계에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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