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이 밀집 수비를 깨야 할 한국 축구대표팀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일본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팔레스타인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서 디펜딩 챔프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사상 첫 아시안컵에 참가한 팔레스타인을 4-0으로 대파했다. 전반에만 3골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했다. 해답은 전형에 있다. 일본은 주 포메이션인 4-3-3 대신 4-1-4-1의 공격적인 전형을 들고 나왔다. 주장 하세베 마코토를 원볼란치로 세우고 이누이 다카시, 엔도 야스히토,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가 2선을 형성했다. 공격 선봉엔 오카자키 신지가 섰다.

맞춤 전술은 적중했다. 팔레스타인은 시작부터 밀집 수비를 형성했지만 일본 2선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반박자 빠른 패스, 탁월한 결정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패싱력이 좋은 엔도와 가가와가 공배급 역할을 맡았고, 돌파력과 킥력이 좋은 이누이와 혼다가 팔레스타인의 뒷공간을 흔들었다. 오카자키는 최전방에서 호시탐탐 골을 노렸다. 덕분에 일본은 전반에만 3골을 뽑아내는 화력을 과시하며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서 밀집 수비에 적잖이 고전했다. 전반 45분 동안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이다가 추가시간 조영철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신승했다. 후반 들어서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2차전서 만나는 쿠웨이트는 8강행을 위해 승리가 필요하지만 전력상 선수비 후역습 체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상대한 오만은 국제축구연맹 랭킹 93위, 일본이 물리친 팔레스타인은 115위다. 쿠웨이트는 이보다 낮은 125위다. 전력상 엉덩이를 뒤로 뺄 확률이 높다.
한국과 일본의 밀집 수비를 깨는 방법은 달랐다. 한국은 오만전서 안정적인 4-2-3-1 더블 볼란치 시스템을 운영한 반면 일본은 팔레스타인전서 공격적인 4-1-4-1을 들고나왔다. 결과도 달랐다. 결국 한국이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를 수월하게 뚫기 위해서는 일본의 선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4-1-4-1을 가동할 경우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한국영을 원볼란치로 두고 공배급과 슈팅력이 좋은 기성용을 전진시켜 2선에서 손흥민-구자철-남태희(한교원)와 호흡을 맞추는 방법과 기성용을 원볼란치로 기용하고, 손흥민-구자철-남태희(이명주)-한교원(남태희) 등으로 2선을 구성하는 것이다.
한국에 더 잘 어울리는 옷은 후자다. 기성용은 소속팀 스완지 시티에서도 종종 공격적인 역할을 잘 소화했지만 그가 중원에서 빠질 경우 공배급이 원할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11월 요르단전서 한국영의 원볼란치 카드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던 이유도 기성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만전서도 봤듯 후방에서 정확한 택배 패스를 제공한 기성용의 존재감을 생각했을 때 그를 무작정 전진시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 기성용이 원볼란치로 뛸 경우 그의 넓은 시야와 패싱력을 살릴 수 있다. 2선에 기성용이 없다 하더라도 공격력과 공배급은 남태희와 이명주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특히 이명주는 슈틸리케호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간 A대표팀과 전소속팀 포항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바 있다. 이명주도 이곳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보단 공격형이 조금 더 편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만이 남았다. 한국은 13일 오후 4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쿠웨이트와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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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