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차두리(35, 서울)가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오후 4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쿠웨이트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지난 10일 오만과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던 슈틸리케호는 2차전 승리로 일찌감치 8강행을 결정짓겠다는 계산이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인 호주와 조 수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쿠웨이트전 대승은 절실하다.

베테랑의 힘이 절실하다. 차두리가 주인공이다. 지난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서 부상으로 빠져나간 김창수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전반 19분 교체 투입돼 휘슬이 울릴 때까지 우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1-0 승리를 도왔다.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지만 투혼을 불살랐다.
차두리는 결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인터뷰서 "아직 1경기 밖에 하지 않아서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시점은 아니다. 경미한 부상자가 나올 수 있지만 1경기 밖에 안했다. 체력적인 면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두리는 오만전 출전으로 은퇴한 전설 이운재를 넘어 한국의 아시안컵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만 34세 178일의 연령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이운재(만 34세 102일, 2007 아시안컵)의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그럼에도 차두리는 개인 기록보다는 한국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강조했다. "후배들도 있는데 쑥스럽다. 기록을 깨서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는 차두리는 "대회 기간이라 크게 생각하거나 연연할 시간은 없다. 팀과 후배들과 함께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음 혹은 그 다음 대회쯤 집에서 티비를 보면서 그 얘기가 다시 나왔을 때 '내가 늦게까지 큰 대회를 치렀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우승이 가장 큰 목표다. 선수단과 2차전을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가 있다. 차두리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누비는 마지막 무대다. 이제 곧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아시안컵 우승은 마지막 꿈이다. 지난 2004년과 2011년에 출전했지만 8강 탈락, 3위의 쓴맛을 삼켰다. 2전3기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에도 중요한 무대다. 1956년, 1960년 1, 2회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55년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반세기 만의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장' 차두리가 한국 축구의 비원을 이뤄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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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