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새 투수조장인 좌완 이현승(32)이 마운드 안팎에서 팀을 이끈다. 지난해 셋업맨으로 시작해 시즌 막판 선발로도 희망을 보여준 이현승은 두산 마운드의 키맨 중 하나다. 이현승이 선발이나 불펜에서 흔들림 없이 한 자리를 확실히 지켜준다면 큰 힘이 된다.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을 5선발 후보에 올려놓고 있다.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노경은, 이재우 등이 경쟁상대다. 김 감독이 이들 중에서 마무리를 먼저 세우고 남는 선수 중 하나를 5선발 위치에 채워 넣겠다고 밝혔으니 이현승은 5선발 후보이자 마무리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이현승의 이름 앞에는 투수조장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나이대로 봤을 때 위아래를 모두 아우르는 투수조장을 하기에 적합한 때가 왔다. 자신도 선발진의 한 자리나 마무리, 혹은 셋업맨 위치에서 제 몫을 해야 하지만, 후배 투수들을 이끄는 것도 중요해졌다. “군대 가기 전에는 거의 막내였는데, 다녀오니 위에 형들이 거의 없더라”는 자신의 말처럼 어느덧 이재우를 제외하면 투수진의 최고 베테랑이 됐다.

“그 정도의 그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투수 조장이 되어 있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나에게 많은 책임이 있다. 좋은 선수도 영입됐고, 내가 중심을 잡고 후배들을 잘 챙겨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현승은 책임감을 보였다. 한층 베테랑의 풍모를 더한 모습이다.
84억이라는 거액을 받고 입단한 장원준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도 이현승의 몫이다. 장원준과 같은 FA 사례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넥센에서 트레이드로 두산에 올 당시 엄청난 기대감으로 인한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말은 못하겠지만 누구보다 부담감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며 이현승은 장원준이 느낄 마음의 짐까지 헤아렸다.
투수조장이자 비슷한 기대를 어깨에 짊어졌던 선배인 만큼 장원준의 팀 적응에도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당시 난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보여주려 하다 보니 역효과가 난 것 같다. 그래도 원준이는 꾸준하고, 아픈 곳도 없는 투수다. 알아서 두면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원준이한테 배울 것이 있다면 머리를 숙여서라도 배울 것이고, 내가 가르쳐줄 점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이현승은 장원준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난 시즌에는 1군 마운드에 재적응하는 동시에 2013년 받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 여파를 이겨내는 것이 숙제였다. 자기 일에만 집중하기에도 빠듯한 해였다. 한 시즌을 거치며 1군 무대에 대한 적응은 끝났고, 이제 복귀 첫 시즌에 가졌던 아쉬움까지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를 위해 이현승은 개인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좀 더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 개인적으로 서울 모처에 있는 재활센터를 찾아 프로그램에 맞춰 스프링캠프에 대비하는 중이다. “내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자리라도 따내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투수라면 선발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선발진 합류에 대한 의욕도 보인 이현승이다.
팀 전체가 명가 재건이라는 기치 아래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현승 역시 한 뜻이다. “모두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모두 한 마음으로 노력하다 보면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팀 우승이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끌어 올리겠다”는 말로 이현승은 새 시즌에 들어가는 비장한 각오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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