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넥센 히어로즈)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행이 이제 현실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13일(이하 한국시간) “14일 출국 예정인 강정호는 16일 피츠버그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곧 피츠버그의 일원이 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계약기간은 4년이 유력하다.
이미 현지 언론인 보스턴글로브에서는 강정호와 피츠버그가 4년 2000만 달러에 합의했다고 알린 바 있다. ESPN의 칼럼니스트 짐 보우든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양 측의 계약조건이 이보다 낮은 4년 1600만 달러(5번째 시즌은 옵션)라고 밝혔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연 평균 4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강정호의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의미다. 빅 마켓 구단이 아닌 피츠버그는 백업 선수에게 연간 4~500만 달러를 안길 정도로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팀이 아니다. 강정호가 뛸 수 있는 세 포지션(2루수, 3루수, 유격수)의 선수들은 비교적 입지가 탄탄하지만, 이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아무도 트레이드되지 않는다면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2루수 닐 워커는 타율 2할7푼1리에 23홈런 76타점으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최고의 공격형 2루수였다.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고 수비가 나쁜 것도 아니다. 게다가 피츠버그에서 나고 자란 프랜차이즈 스타다.
3루수 조쉬 해리슨은 타율 3할1푼5리에 13홈런 18도루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리그 MVP 투표에서 9위에 올랐을 만큼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유격수 조디 머서는 타율이 2할5푼5리로 하락했지만 12홈런으로 일발 장타는 갖추고 있다. 또한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남아있는 만큼 머서를 트레이드한 뒤 클린트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할지도 알기 힘들다.
강정호의 몸값으로 봤을 때 이들 중 하나가 트레이드될 확률은 있다. 특히 2016 시즌 종료 후 FA가 될 워커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으로 옮길 수 있기에 피츠버그도 서비스 타임이 남아있을 때 한 번쯤 유망주를 받는 트레이드를 추진해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어쩌면 워커가 타격에서 커리어 하이 성적을 낸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FA까지는 멀었지만, 해리슨과 머서도 조금씩 몸값이 뛰기 시작할 때다. 해리슨 역시 워커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활약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 가치가 높은 지금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 타이밍일지 모른다. 강정호의 수비에 대한 확신만 생긴다면 비교적 부담 없이 머서를 보낼 수도 있지만 머서가 유격수로 뛰면서 2013년(103경기 OPS .772)에 버금가는 타격지표를 보일 수 있다면 피츠버그도 고민에 빠질 것이다.
피츠버그로서는 다른 팀과 협상에 나설 경우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에 셋 중 하나를 넘길 수 있다. 향후 발생할 몸값 상승을 감안했을 때는 워커를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당장 이번 시즌 성적과 강정호의 포지션 적응 문제, 다른 팀이 내놓을 트레이드 카드, 워커가 갖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해리슨이나 머서가 팀을 옮기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 가능하다. 우선 3개의 유용한 트레이드 옵션을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로서는 모든 가정이 다 가능하다. 아무도 보내지 않고 강정호를 유틸리티 요원으로 쓸 수도 있다. 워커는 2011년(159경기)을 제외하면 140경기 이상 뛴 적이 없고 해리슨과 머서도 140경기 이상 소화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내셔널리그는 대타, 대주자, 대수비도 아메리칸리그보다 자주 필요하다. 주전이 되지 못하더라도 건강히 1년 내내 25인 로스터에서 빠지지 않는다면 250타석 정도는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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