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대박' 투수들, '먹튀' 징크스 날려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13 10: 04

진짜 자신과의 싸움은 2015시즌부터다. 앞으로는 이름 뒤에 연봉 총액이 붙어 다니고, 부진했을 때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FA 계약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올 겨울 사상최대 FA 시장이 형성된 가운데, FA 투수들 역시 좋은 대우를 받았다. 장원준이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4년 84억원에 계약, 역대 FA 2위이자 FA 투수로는 최고액을 기록했다. 삼성 잔류를 택한 윤성환은 4년 80억원, 안지만은 4년 65억원에 사인했다. 지난 2년 동안 그 전보다 부진했던 송은범과 배영수는 각각 4년 34억원, 3년 21억 5000만원에 한화로 이적했다.
       

계약 규모가 곧 기대치다. 최소 지금까지 해왔던 활약을 이어간다는 기대 속에서 이들 모두 2015시즌을 맞이한다. 그래서인지 계약 후 서둘러 시즌 준비에 들어갔고, 스프링캠프에 앞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특히 배영수는 지난달 따뜻한 태국을 찾아 이미 몸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FA 대박 계약을 체결한 투수들 대부분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006년 겨울 박명환이 4년 40억원 잭팟을 터뜨렸으나, 계약 첫 해인 2007시즌에만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이후 3년 동안 부상에 시달렸고, 5억원에 달했던 연봉은 FA 계약기간이 끝나자 5000만원으로 수직하락했다. 2012시즌 후 LG에서 방출된 박명환은 2013년 겨울 NC와 계약했고, 2014시즌 1군 무대 복귀에 성공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2011년 겨울 FA 계약을 맺은 정대현 정재훈 송신영 임경완도 마찬가지. 국가대표 마무리투수였던 정대현은 롯데 이적 첫 해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최근 두 시즌도 SK 시절의 막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정재훈도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FA 계약 이전보다 부진했다. 2013시즌 반등하는 듯했으나 2014시즌 평균자책점 5.37을 찍었고, 얼마 전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롯데로 이적했다. 송신영 또한 NC를 거쳐 다시 넥센 유니폼을 입었고, 임경완은 FA 계약을 맺은 SK서 뚜렷한 모습 없이 올 겨울 한화에 합류했다. 큰 기대 속에서 FA 계약을 맺었으나, 얼마안 가 저니맨 신세로 전락했다.
물론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2013년 겨울 4년 60억원에 삼성에 잔류한 장원삼은 2014시즌 11승 5패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다. 2013시즌보다 출장 경기수와 이닝이 줄어들었지만,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평균자책점을 더 낮췄다. 아직 계약이 끝나지는 않았으나, 일단 FA 계약 첫 해 징크스에선 탈출했다.
계약 규모의 차이가 크지만, 송진우도 모범사례를 남겼다. 한국프로야구 FA 시장이 처음 열렸던 1999년 겨울, 한화와 3년 7억원에 재계약했고, 3년 동안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 그리고 41승을 거뒀다. 송진우는 2003시즌을 앞두고 다시 3년 18억원 FA 계약을 맺었는데 이 기간에도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하면서 31승을 올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실패한 투수들 대부분이 FA 계약을 지나치게 의식했다가 오버페이스로 자멸하곤 했다. 아니면 이미 큰 부상을 안고 있었고,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전성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5시즌 장원준 윤성환 안지만 송은범 배영수의 활약에 두산·삼성·한화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장원준은 니퍼트와 원투펀처로서 선발진을 이끌어야 하고, 윤성환과 안지만은 통합 4연패 주역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송은범과 배영수는 한화 마운드 잔혹사를 끊기 위해 대전에 왔다. 이들이 투수 FA 먹튀 징크스를 깨뜨려야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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