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봉] 순정마초 하정우 vs 순정소심 이승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1.14 07: 40

14일, 극장가에 두 순정남이 맞붙는다.
툴툴대고 화내지만 속정이 깊은 하정우와 차마 맘을 고백못하고 18년이나 '노예' 생활을 하는 이승기의 대결이다. 이날 동시 개봉하는 영화 '허삼관'과 '오늘의 연애'를 통해 두 인기스타가 여심을 저격할 예정. '국제시장'의 메가히트 이후 그 다음 흥행작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두 작품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썸보다 사랑, '오늘의 연애'

'오늘의 연애'는 '내 사랑 내 곁에', '너는 내 운명' 등으로 순정남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려온 박진표 감독의 신작. 박 감독의 눈에 요즘 연애 트렌드인 '썸'이 긍정적으로 보일 리 없다. 이 영화는 '썸'을 거듭하며 진심은 쉽게 꺼내놓지 않는 남녀에게 진짜 사랑이 뭔지 묻는다.
이승기는 한 여자의 주위를 맴돌며, 주사를 받아주고 집안일을 해주고 연애 고민 상담을 해주는 친구 역할을 하는 순정남 강준수로 분했다. 나름 다른 여자들도 만나보긴 하지만, 100일도 안돼서 차이기 일쑤. 너무 잘해줘서 매력이 없는, 아무리 성질을 내고 툴툴대고 마냥 착하게 보이는 캐릭터다. 대중이 이승기하면 떠올리는, 딱 그 이미지 그대로. 이승기는 첫 스크린 진출작인 이 작품에서 가장 잘하는 장기를 특히 더 잘해냈다.
문채원은 청순한 외모에 괄괄한 욕설 연기로 남성 팬뿐만 아니라 여성 팬들의 마음도 노린다. 상대 남자에 따라 말투와 표정이 완전히 변하는 모습에선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문채원은 코믹 연기와 후반부 멜로까지 훌륭하게 소화하며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연기자임을 입증해낸다.
영화가 진열하는 인터넷 유머, 홍대-이태원 핫플레이스, 다양한 카메오 등은 취향에 따라 다소 오글거리게 보일 수도 있지만, 두 배우의 매력과 영화가 끝난 후 덮쳐오는 '연애하고 싶다'는 강렬한 여운은 꽤 강력하다.
# 미워할 수 없는 아빠, '허삼관'
'허삼관'은 하정우가 주연과 감독을 모두 맡은 작품이다. 중국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궁핍한 시대상과 그래서 더 애틋한 가족간의 정을 유머와 신파를 적절히 버무려 완성해냈다.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사실 다른 남자의 아들이라는 설정도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무겁게 잘 소화했다.
하정우는 이 영화에서 일반 아버지상을 모조리 벗어나면서 큰 웃음을 유발한다. 첫 아들이 다른 남자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기존 극에서는 가정이 파탄나거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순정을 바칠텐데 하정우는 좀 다르다. 쪼잔한 행동들을 일삼으면서 자잘한 복수에 나서는 것. 엄마가 안볼 때는 '아저씨라고 불러라'라고 하거나, 만두 사러갈 때 첫 아들만 쏙 빼놓는 식이다.
하지원은 하정우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 속에서도 특유의 존재감을 발하며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쪼잔한 하정우에 대항해 시원하게 욕설을 날리거나 뺨을 맞으면 주먹을 날리는 화끈함으로 역시 '하지원표 엄마'는 다르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대극이지만 '쿨'한 유머를 섞은 전반적인 톤과 다소 급하게 슬퍼지는 후반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국제시장'과 완전히 다른 아버지상으로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데에는 성공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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