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의 무게감을 내려놓은 구자철(26, 마인츠)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까.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오후 4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쿠웨이트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지난 10일 오만과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던 슈틸리케호는 2차전 승리로 일찌감치 8강행을 결정짓겠다는 계산이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인 호주와 조 수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쿠웨이트전 대승은 절실하다.

구자철의 발끝에 시선이 쏠린다. 당초 이번 대회 유력한 주장 후보로 꼽혔으나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 속에 완장의 무게를 내려놨다. 구자철은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서 잇따라 주장 완장을 찼다. 이번 대회선 일반인 신분으로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단짝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이 대신 캡틴의 역할을 소화한다. 그간 경기력 비난과 맞서 싸웠던 구자철로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1일 취재진과 만나 "기성용 주장 선임에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구자철이었다. 그가 주장을 맡으면 경기력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이슈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본연의 임무인 경기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게 기성용을 주장으로 선임했다"면서 "구자철에게 안좋은 뜻으로 주장 완장을 기성용에게 넘겨준 것이 아니라 그를 도와주고 보호해 주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구자철이 오만전서는 사우디전을 비롯해 부진했던 다른 경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더 잘할 수 있었지만 긍정적이었다"고 구자철의 부활에 만족해 했다.
구자철은 오만과 경기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100%의 몸놀림은 아니었지만 번뜩임은 여전했다. 태극전사 중 가장 많은 3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특히 전반 추가시간 날 선 중거리 슛으로 조영철의 선제 결승골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쿠웨이트전서도 구자철의 활약이 절실하다. 슈틸리케호의 에이스이자 부동의 우측 날개인 이청용(볼튼)이 오른쪽 정강이 부근에 실금이 생겨 3주 아웃 판정을 받았다. 공격의 핵심인 이청용이 없는 상황에서 섀도우 스트라이커 구자철의 역할이 더욱 커진 셈이다.
구자철이 수장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dolyng@osen.co.kr
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