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샤시한 로코킹 이민호는 온데 간데 없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 CGV에서 뚜껑을 연 이민호의 스크린 데뷔작 '강남 1970'은 우수에 찬 액션 스타로서의 이민호의 매력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심을 설레게 했던 한류 스타 이민호를 기대했다면, 첫 장면부터가 꽤 당혹스러울 터. 평소 피부톤보다 더 '새까매진' 그는 넝마주이로 길가 쓰레기를 뒤지며 '미모는 내려놓았음'을 선언한다.

그가 연기하는 종대는 우연찮게 땅 투기에 뛰어들어 노른자 땅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지만 끝까지 한줄기 양심과 온정을 지니고 있는 인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용기(김래원 분)에 비해 조금 더 따뜻하고 그래서 더 비극적인 캐릭터다.
영화는 줄거리에 비해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 폭력씬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민호는 멋있게 자로 잰듯한 액션이 아닌,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폭력을 재현하며 종대라는 인물의 현실성 있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간간히 우수에 젖은 듯한 이민호의 얼굴을 담아내 마치 당대를 풍미한 청춘스타를 복원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결말을 향해 숨가쁘게 달리는 가운데서도 이민호는 가질 수 없는 상대인 극중 선혜(설현 분) 때문에 몇번 마음을 졸이는데, 이 대목에선 역시 이민호가 멜로 연기에 얼마나 특화돼있는지 충분히 보여준다.
영화 자체는 다소 높은 폭력 수위를 제외하곤, 강남 땅을 밟아봤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할만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갖기 위해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드는 청춘의 이야기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강력하기도 하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