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었다. 차두리(35, 서울)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답답했던 한국의 공격에 단비를 내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오후 4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쿠웨이트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승(승점 6)을 거두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 10일 오만과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던 슈틸리케호는 2차전 승리로 일찌감치 8강행을 결정짓겠다는 계산이었지만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이탈로 고민에 빠진 채 2차전에 나섰다.

정강이뼈 부근에 실금이 간 이청용(볼튼)이 대회를 조기 마감하는 악재를 맞은 슈틸리케호는 이날 미열을 동반한 감기 증세로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설상가상 오만전서 경미한 오른쪽 허벅지 타박상을 입었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결장했다.
'베테랑' 차두리가 기회를 잡았다. 오만전서 전반 19분 김창수를 대신해 갑작스럽게 그라운드에 들어가 제 몫을 다했던 차두리는 이날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남태희의 헤딩 선제골을 도우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 나이로 36살의 노장이지만 무색했다. 젊은 후배들의 틈바구니 속 가장 빛난 주인이었다. 우측면을 쉴 새 없이 누비면서 공수에서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차두리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했다. 정들었던 태극마크와 작별하는 마지막 무대였다. 더욱이 아시안컵은 지난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나 참가해 8강 탈락, 3위의 쓴맛을 삼켰기에 열망은 더 컸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제주 전지훈련까지 최상의 몸상태를 자랑했지만 결전지인 호주에 입성해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를 악물고 회복에 심혈을 기울였다. 팀이 어려울 때 2경기 연속 제 몫을 다하며 베테랑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차두리의 아시안컵 우승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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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